증시 단타族이 사라지고 있다
'큰 손' 투자 새 트렌드.. 코스닥 떠나 코스피行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정재우 기자]“코스닥 비중을 10분의 1로 줄였다. '상따' '재료 매매' 등 과거에 통하던 매매기법들이 통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중장기 투자로 전환했다. 주변에 100억~200억원대 주식을 굴리는 큰손들은 저평가된 코스피 종목 비중을 높이고 최소 3~6개월을 기다리는 경우도 많아졌다.”(전문투자자 K씨)
“1000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전업 투자자들은 랩이 사는 종목을 따라 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자산 규모가 클수록 2000년대 초반 주식투자 방법을 대부분 포기했다. 지난해 이후 급속도로 변한 모습이다. 스스로 투자전략을 바꾸기 위해 랩의 중장기 포트폴리오를 추종하거나 직접투자하던 자산을 일부 랩에 맡기는 경우도 늘고 있다.”(전문투자자 L씨)
주식시장 '큰 손'들의 투자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테마주, 급등주를 중심으로 한 단기매매 위주의 전략에서 대형주, 우량주 중심의 중장기 투자 전략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 특히 지난해 이후 큰손들이 코스닥 시장을 대거 떠나기 시작하면서 전업 투자자 사이에서는 '코스닥 엑소더스'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회자될 정도다.
큰손들은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즐겨 썼던 상한가 따라잡기 '재료 매매' 등의 투자기법도 대부분 포기했다. 이전만큼 수급이 따라주지 않는 데다 시장이 똑똑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자산의 상당 부분을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전환하고 있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투자 네트워크도 크게 변했다. 과거 코스닥 한 종목의 수급을 조절하기 위해 촘촘하게 연결됐던 큰손들 간 네트워크는 습득한 정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으로 느슨해졌다. 회사 탐방에 나서 해당 기업의 상태를 꼼꼼히 살피고 재무제표 및 사업 성과와 관련해 회사 관계자와 직접 면담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은 컴퓨터와 전화기만 가지고 투자하던 과거와 달라진 풍경이다.
◆코스닥 엑소더스…코스피로 'GO GO'=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붐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자산을 불린 큰손들은 이미 코스닥 투자 비중을 크게 줄이거나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했다.
코스닥 호황기의 전업투자로 5년 만에 2000만원을 수십억원까지 불린 K씨는 코스닥 비중을 올 들어 10% 수준으로 줄였다. 나머지 10%도 조만간 정리할 계획이다. K씨는 “코스닥 시장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코스피 지수가 오르면서 코스닥 시장도 상승 모멘텀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개별 종목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는 것 같다”며 “유망한 코스피 저평가 종목을 중장기로 투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재료 매매 등 과거에 재미를 봤던 투자기법들이 더 이상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전문투자자 M씨는 “코스닥이 지금 수급도 깨져 있고 테마도 실종된 상태다 보니 매매를 하지 않게 되고 자연스럽게 대형주나 우량주 중심으로 투자하게 된다”며 “대형주나 우량주를 단타매매 해서는 수익이 안 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장기 투자로 선회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코스닥 투자 비중을 이전 대비 30% 수준으로 낮췄다.
그는 “아무리 큰손이라 해도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수익을 내기 쉽지 않으니 자연스레 랩이 대안이 되기도 한다”면서 “큰손이라도 큰 종목에선 일개 개인일 뿐이라 랩으로 분산을 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큰손이라도 주도주를 만들지는 못하고 따라가는 입장이니 랩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큰 손' 투자 트렌드 읽어라=증권사 전문가들도 릫큰손릮 투자자들의 매매 패턴이 변하고 있다는 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큰손의 변화는 자본시장 전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윤석 대우증권 PB클래스 갤러리아 팀장은 “단기매매를 하는 분들이 존재하긴 하는데 과거보다는 비중이 줄고 있다”면서 “합리적으로 장기투자하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대신증권 대리는 “예전에는 코스닥에서 저가주를 매매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거래소 대형주와 우량주에 관심이 많고, 한번 매수를 하면 장기적으로 보는 경우가 예전보다 늘었다”고 전했다.
큰손들의 투자 트렌드가 변하면서 증권사들도 함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장기투자 고객이 늘고 매매가 줄면서 수수료 수익이 줄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초과수익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자산관리 시장 확보에 힘쓰고 있다.
정 팀장은 투자자들의 변신에 대해 “직접투자 외에 주가연계증권(ELS), 자문형 랩 등 대안투자 상품들의 수익률이 잘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며 “자산관리 시장을 향한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큰손들의 투자 트렌드 변화가 증시 이탈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여전히 그들은 최소한 올해까지는 주식만큼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은 없다는 믿음이 강하기 때문이다.
전문투자자 L씨는 “투자의 툴(tool)이 변했을 뿐 실적 및 펀더멘털을 기초로 한 주식투자 비중은 커지고 있다”며 “여전히 은행 금리와 부동산은 투자매력이 높지 않다는 데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리도 “최근에는 은행 금리가 워낙 낮아 은행에 넣어둘 바에야 주식투자 및 관련 파생상품에 가입하겠다고 시장에 들어오는 고액 자산가가 많다”고 덧붙였다.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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