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 따라 흘러가려나…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우리는 민영화 대상" 입장 밝혀
사실상 자체 민영화 접어, '강만수 메가뱅크' 앞에 주춤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 김은별 기자]'우리금융 인수 1차전은 강만수 회장의 판정승?'
산은금융지주의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놓고 기 싸움을 벌였던 강만수 회장과 이팔성 회장의 대조적인 행보가 화제가 되고 있다. 올 3월 취임 직후부터 메가뱅크 구상을 설파했던 강 회장은 지난 17일 정부의 우리금융 재매각 방안이 나오자 자사 임직원을 상대로 당위성 전파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산은금융 메가뱅크 구상의 비현실성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던 이 회장은 "우리금융은 민영화 대상"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금융권은 당국이 계열사 일괄매각, 최소 입찰 자격요건 비율 30%,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 등 산은금융에 유리한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이 회장이 입장을 재정리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24일 산은금융에 따르면 강 회장은 최근 여의도 본사에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아시아의 개척자 은행(Pioneer Bank of Asia)'을 주제로 우리금융 인수의 당위성을 강조한데 이어 9명 부행장으로 하여금 이번주부터 전국 55개 지점을 돌며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겠다는 뜻을 전달할 방침이다.
산은금융 고위 관계자는 "한국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메가뱅크를 탄생시킬 수 있는 방법은 산은과 우리가 한 몸이 되는 것"이라며 "블록세일, 외국인투자가에 대한 지분 매각으로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민간금융지주사와의 합병 보다 시너지효과가 더 크다는 점을 직원들에게 강조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직원 설명회를 통해서도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도 커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그 (방법)중 하나가 우리금융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 회장은 사내 이메일을 통해 임직원 업무 만전을 독려하면서 자체 민영화를 사실상 접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회장은 지난 19일 '친애하는 우리금융그룹 임직원 여러분'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에서 "정부의 민영화 방안이 실현되면 우리금융의 모습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리금융이 민영화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룹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저 입찰규모를 30%로 설정하고 계열사 분리매각을 병행하지 않는 점, 민영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면 95%로 돼있는 중간지주회사 소유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개정할 수도 있다는 점이 지난해 매각 방식과의 차이점"이라며 "정부 계획대로 연내에 민영화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임직원 여러분도 당당하고 의연한 자세로 지혜와 역량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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