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은 바다로 통하는 관문이다. 세계 10위권의 통상 대국인 우리나라에서 항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며 세계 교역량의 지속적인 증가로 인해 그 역할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한국ㆍ중국ㆍ일본을 아우르는 동북아 지역이 국제 무역의 허브로 거듭남에 따라 수출입 최전선인 항만 산업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세계 항만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물량 유치를 위한 항만 간의 치열한 경쟁에서, 중국은 지난해 세계 10대 항만에 1위를 차지한 상하이 등 5개 항만의 이름을 올렸고 싱가포르, 홍콩 등이 뒤따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부산항이 5위에 올랐다.
전략적 제휴 또는 인수ㆍ합병(M&A)을 통해 항만에 대한 구매력(purchasing power)을 높인 대형 선사가 출현해, 자국 항만으로 선사를 유치하려는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지난 10일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박인 1만5000TEU급 '에바 머스크호'가 광양항 대한통운터미널에 공식 취항했고 부산 신항에는 1만4000TEU급 컨테이너 선박이 지난해부터 취항하는 등 글로벌 선사들이 초대형 선박을 경쟁적으로 발주 운항함으로써, 항만의 대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PSA(싱가포르), HPH(홍콩), APM(덴마크), DPW(아랍에미리트) 등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GTO)들도 대형 M&A와 시설 투자를 확대해 세계 항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러한 세계 항만시장의 급속한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항만물류업계는 글로벌 터미널 확보 경쟁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일부 국적 선사들이 소수의 해외 전용터미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한통운 등 일부 물류 기업이 베트남 등에서 항만을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해외 항만 운영 사업은 막대한 자금과 노하우, 전문 인력, 정보 등 종합적인 투자와 운영 능력이 필요한 사업으로 정부와 업계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추진해야 하는 국책성 프로젝트다.
최근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서 부산항과 광양항을 비롯한 전국 항만의 올해 1ㆍ4분기 컨테이너 물동량은 499만3000TEU로 전년 동기 대비 11.8% 늘었다. 3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항만 물류업계의 글로벌 성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아세안 10개국의 물류 시장 개방 로드맵에 따르면 오는 2013년까지 아세안 역내 항만하역, 창고보관, 화물 포워딩, 통관, 포장, 택배 등 모든 물류 서비스 부문의 규제가 완화될 예정이다.
외국 기업의 진출이 수월해지는 기회를 살려 물류의 전초기지인 항만을 선점, 물류를 통해 새로운 국부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하는 배경인 셈이다.
정부는 국내 항만물류 기업의 원활한 해외 진출을 위해 자금과 정보 제공 등 과감한 지원은 물론, 건설ㆍ금융ㆍ해운ㆍ물류 기업이 동시에 진출하는 패키지형 전략을 통해 해외 항만을 적극 공략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할 것이다.
업계 또한 지나친 가격 경쟁을 지양하고 항만하역 시장의 안정화와 항만 서비스의 대형화, 정보화, 전문화에 노력함으로써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글로벌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
항만 산업을 반도체 이상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세계 경제 시장과 항만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항만물류 기업이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를 넘어 세계적인 종합 물류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이원태 대한통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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