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한 주를 준비하는 일요일 저녁. 모든 일상을 잊고 재미있게 보는 TV 개그 코너가 있다. 때는 조선시대, 청나라의 침략으로 도성을 잃고 감수성(城)에 몽진한 왕과 신하가 엮는 이야기는 아픈 과거사와 대비되어 웃음을 자아낸다. 감수성(感受性) 많은 왕과 신하들, 청나라 포로는 전란의 상황에서 서로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하곤 한다. 그때 감수성을 자극하는 음악이 은은하게 흐르고 심한 말을 한 사람은 감수성이 발동하면서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옥좌에 앉은 왕도 신하의 푸념과 섭섭함의 표현을 풍부한 감수성으로 이해하고 사과한다. 이 코너를 보면서 세태의 각박함 속에서 메말라가는 우리의 감성을 돌아보게 된다. 경쟁과 이성이 중시되고 남보다는 자신의 개성과 권리를 지나치게 주장하는 세태를 풍자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의미부여도 해본다.
춥고 배고팠던 가난한 시절, 못 먹고 못 입어도 우리 부모님과 선배들은 결코 꿈을 잊지 않았고 자식들의 교육을 통해 미래의 희망을 가졌다. 당신들은 못 먹고 못 배웠어도 자식들을 통한 대리성취감으로 모진 인생의 굴레를 기꺼이 감수하셨다. 비록 큰 배움은 없었어도 남에 대한 배려, 예의와 도덕을 자식들에게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처럼 우리나라는 이런 국민의 교육열과 교육자들의 열정을 통한 우수 인재육성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이런 성취의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기도 했다. 올해 제30회 스승의 날을 맞아 교총이 전국 유ㆍ초ㆍ중등교원 17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교육의 본질(올바른 교육)에 가장 가까운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학생의 지덕체(智德體) 함양(96.9%)'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나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학교교육이 이런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게 역할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동의하는 응답률은 50.7%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교원들이 지덕체를 겸비한 전인적인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불과 절반가량의 학교만이 이런 목표를 향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처럼 학교교육이 교육 본질의 역할과 기능을 충실히 수행치 못하는 가장 큰 요인에 대해 교원들은 '입시 위주, 성과 중심의 교육을 요구하는 사회분위기(50.1%)'를 첫 번째로 꼽고 있다. 이는 교원들이 교육의 본질인 지덕체(智德體) 함양 중 우리 교육이 지(智)에만 너무 치우쳐 예절, 도덕, 창의성, 미적 감각, 체육 등 덕(德)과 체(體)를 기르는 데 소홀히 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다. 그리고 이런 자성의 목소리는 아이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도 되돌아보게 만든다. 실제로 우리 아이들이 성적표를 받아올 때 부모들은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의 점수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하지만 도덕, 음악, 미술, 체육 점수에 큰 관심을 가진 부모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유치원 시절부터 영어를 가르치고 초등학생 때부터 중요 과목에 대한 선행학습 사교육비로 가계에 큰 부담을 느끼지만 '자녀 미래에 대한 당연한 투자'로 여기는 것이 요즘의 분위기다. 자녀가 커갈수록 음악과 미술, 체육 활동에 투자하는 교육비는 줄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인식된다. 어른과 부모가 학생과 자녀에게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를 일깨워주기보다는 어떤 대학을 나오고, 무슨 직업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요하는 시대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
자신의 언행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상대방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금세 반성하는 감수성(感受性) 많은 감수성(城)의 왕과 신하들처럼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 또 공부만 잘 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지덕체와 섬세한 감성을 모두 지닌 아이들로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 스승의 날을 보낸 시점에 더욱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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