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시행령 개정 필요성 각계 의견 듣고 결정하겠다."(신제윤 금융위 부위원장)
"사실상 게임이 끝난거 아닌가. 더 볼 것도 없다."(우리금융 고위관계자)
"입찰 참여 여부 금융당국과 협의해 결정하겠다."(산은금융 공식입장)


우리금융지주 매각 작업이 5개월 만에 재개됐다. 17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우리금융 매각 방안을 들여다보면 인수에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고 있는 산은금융을 위한 배려가 눈에 띈다.

이날 공자위는 우리금융지주 자회사를 일괄매각키로 하고, 최소 입찰 규모도 경영권 지분 매각 임을 명확히하기 위해 입찰참가의향서(LOI) 접수 단계부터 30%로 정했다. 금융당국은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근거가 될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서도 여론을 참고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가능성을 남겨둔 상태다.


◆민간지주사 관심 '뚝',,자체 민영화도 사실상 물건너 가=이날 공자위는 우리금융 자회사인 우리투자증권,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을 일괄매각키로 정했다. 지난해 추진했던 병행매각 방식에 비해 매각절차가 단순하고 추진과정 불확실성도 낮아 타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이유에서다.

일괄매각 방안으로 결론이 나면서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인수전에 참여할 이유가 없어졌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우리금융 인수전 불참 의사를 보인 가운데 우리투자증권 정도를 따로 인수하는 데에만 관심을 보여왔다. 하나금융도 보험 계열사 정도를 끌어안는데 주력하는 분위기였다.
지난해 보다 대폭 강화된 최소 입찰 참여 요건은 소수지분 입찰자들을 떨어내기 위한 장치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공자위는 이날 최저 입찰 규모를 지난해 '4% 지분 인수 합병'에서 '30% 이상 지분 인수 또는 합병'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지분 인수 여력을 갖춘 금융지주를 비롯해 경영권 매각 지분 인수 자격이 있는 사모주식펀드(PEF), 대규모 컨소시엄 등이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지주는 사실상 참여 불가를 선언한 상태고, 공동의결권 행사에도 제약이 따르는 컨소시엄도 구성 자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 개정땐 '우리+산은' 구도 가속=강만수 산은금융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확정된 직후부터 어떤 형태로든 메가뱅크 시나리오가 작동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금융권에 나돌았다. 심지어 청와대와 김석동 금융위원장, 강만수 회장이 이미 각본을 그려놓고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다는 추측까지 제기됐다.


다만 10년 이상 끌어온 우리금융 민영화를 산은금융에 안겨 국유화시켰다는 비난과 시너지 없는 덩치만 큰 은행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의식해 산은금융 인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거듭해왔다.


이날 공자위도 특정 금융회사를 겨냥한 매각 방안이라는 지적에 대해 "시행령 개정 부분은 우리 권한 밖"이라며 거리를 뒀다. 그러나 지난해 4주였던 입찰참가의향서(LOI) 접수 기간을 오는 6월 29일까지 6주로 크게 늘리면서 그 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에 대해 모 시중은행 임원은 "지난해 병행입찰이라는 훨씬 복잡한 절차를 택하면서도 접수 기간을 한달 정도만 부여했다"며 "일괄매각이라는 간편한 방식을 택하면서 넉넉한 LOI 접수기간을 둔 것은 앞뒤가 안맞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시행령 개정에 여운을 남긴 상황이다. 신제윤 금융위 부위원장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빠른 민영화, 국내금융산업 발전 등 3가지 원칙에 따라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면 할 것"이라며 "여러가지 원칙 하에서 각계 의견을 들어 개정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금융지주사간 인수를 위한 최소 매입 지분 요건을 95% 이상에서 50%로 완화해주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을 염두에두고 있다. 이에 따라 57%의 지분과 경영권 확보 계획을 갖고 있는 산은금융이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고 있다. 산은금융은 유보금과 회사채, 전환사채, 우선주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우리금융 인수에 나설 방침이다. 또 우리금융을 인수한 뒤 2014년 5월까지 상장해 주식가치를 극대화한 후 상당 지분을 팔아 정부 보유 지분을 크게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국유화 논란 속 장기 표류 가능성 배제 못해=금융권 일각에서는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껴안기가 그리 녹록치은 않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덩치만 키운 은행이 효율적인가에 대해 금융권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고, 정부에서도 향후 부담이 될 수 있는 정책 결정에 미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우리금융과 산은금융 합병에 따른 국유화 논란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라며 "산은금융이 자금조달을 통해 우리금융을 인수한다해도 국영은행인 만큼 재정을 투입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부분도 꺼림직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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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위가 최종 입찰 시기를 오는 9월로 잡은 가운데 최종 매각이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대선과 총선 등 정치적인 이슈에 밀려 아예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험적으로 봤을 때 정치적인 빅 이슈가 있는 경우에는 자칫 인수합병을 두고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어 조심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 인수를 둘러싸고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 큰 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메가뱅크 M&A가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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