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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K] 인천이 윤기원에 건넨 '마지막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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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천유나이티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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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인천 유나이티드와 성남 일화의 컵대회 경기가 열린 11일 탄천 종합운동장. 어제부터 비를 뿌리던 하늘은 여전히 흐렸다. 불과 며칠 전 동료를 하늘로 떠나보낸 인천이었지만 분위기는 오히려 차분했다. 담담한 척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故(고) 윤기원의 발인식이 있었다. 휘몰아치던 눈물과 비통함은 뒤로한 채 인천 선수단은 경기장에 들어섰다. 못다 핀 재능의 꿈은 고스란히 남은 자들의 몫으로 돌아와 있었다.
서포터즈석에는 수많은 응원 걸개 대신 윤기원의 명복을 비는 현수막 2개만이 내걸렸다. 인천 서포터즈 역시 검푸른 줄무늬 유니폼 대신 검은색 옷을 입고, 함성 대신 침묵과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괴롭다. 무척 괴롭다. 하지만 이겨내야 한다. 언제까지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나. 마음이 좋지 않지만 선수들 역시 하려는 의지가 높다. 기원이도 하늘나라서 동료들이 고개 숙이고 있는 걸 바라지 않을 것이다"

경기 전 허정무 인천 감독은 애써 차분하려 했다. 그는 하루 전날 코칭스태프와 고참급 선수 10여 명만을 대동한 채 빈소가 있는 부산을 찾았다. 누구보다도 제자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그였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으려 마음을 굳게 먹었다. 스승으로서의 슬픔과 안타까움은 감독으로서의 책임감으로 이겨내야 했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그 일 이후 감독님을 한 번도 뵙지 못했다. 너무나 아파 하셨다"고 전했다. 장례식장에 선수단 전체가 가지 않은 이유도 대해서도 설명했다. 당초 몇몇 선수들은 빈소를 직접 방문하려 했다. 특히 룸메이트였던 박준태 등은 고인에 대한 미안함과 슬픔에 꼭 빈소에 가고 싶어했다고 한다. 당장 다음날 경기가 예정된 것도 있었지만, 젊은 선수들이 자칫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고 방황할 것 같아 만류했다. 결국 이들은 인천 홈구장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꽃과 함께 눈물을 뿌렸다.

[사진=故 윤기원 분향소에서 묵념 중인 인천 선수들, 인천유나이티드 제공]

[사진=故 윤기원 분향소에서 묵념 중인 인천 선수들, 인천유나이티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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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에 선 인천 선수들에겐 결연함이 느껴졌다. 사실 이미 컵대회 8강에 탈락한 인천에게 이날 승패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상황. 그럼에도 투지를 불태웠다. 수비시엔 서로를 목청껏 부르며 촘촘한 진영을 구축했고, 역습을 나갈 땐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앞을 향해 뛰었다.

전후반 90분이 흐른 뒤 스코어는 1-1. 유니폼은 눈물 대신 땀방울로 흠뻑 젖어있었다. 그것으로 인천 선수들은 윤기원에게 건네는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그래도 친구의, 후배의 영전에 승리를 선물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이었을까. 선수들은 모두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경기 후 기자회견. 허 감독의 어조는 가라앉았다.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충격과 슬픔을 애써 감추려는 표정이 역력했다. 특히 고인과 관계된 질문에는 "승패는 무의미했지만 조직력이나 팀 분위기를 만들어가기위해 잘 해보자고 얘기했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취재진도 차마 더 이상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그가 어떤 이유로 세상을 등지게 됐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추측과 예상이 난무할 뿐이다. 확실한 건 인천 선수들에겐 조금 더 열심히, 조금 더 사명감있게 뛰어야 할 책임이 더해졌다는 것. 경기장을 나설 때쯤 밤하늘을 덮고 있던 구름 사이로 은은한 달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인천과 윤기원이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눈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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