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그리스)=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그동안 정중동 모드를 유지해온 정치행보를 내년에 보다 본격화하겠다며 본인의 정치철학인 신뢰와 원칙이라는 가치를 강조했다.


대통령 특사로 유럽 3개국을 방문 중인 박 전 대표는 한국시각 5일 오후 마지막 방문국인 그리스 아테네 시내 한 호텔에서 가진 동행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우선 "신뢰와 원칙이라는 무형의 인프라와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지 않으면 절대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과거 꼬리표였던 '수첩공주'라는 표현에 빗대어 '원칙공주'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신뢰와 원칙의 가치를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저를 가리켜 '답답하다. 고집이 세다'며 원칙공주라는 이야기도 듣는다"며 "갈등이 안풀리면 나라가 제대로 발전하겠는가. 상식적으로 갈등이 잘 조정되려면 정치권에서 원칙과 신뢰를 잘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신뢰와 원칙의 훼손이 정치불신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박 전 대표의 이러한 입장은 상대적으로 실용주의를 선택해온 이명박 대통령과 뚜렷하게 대비됐다. 박 전 대표는 원칙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로 차기 지지율 독주체제를 구축했지만 타협을 모르는 고집불통의 이미지가 지지층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아울러 4.27 재보궐선거 참패로 여권 전체가 홍역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굳이 신뢰와 원칙을 강조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박 전 대표를 수행 중인 이정현 의원은 "신뢰와 원칙은 박 전 대표의 정치인생을 관통하는 일관된 철학"이라며 "당의 문제는 원칙과 신뢰를 지키지 않아서 생긴 것으로 그런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차기 대선을 겨냥한 본격적인 정치행보 재개 시기도 언급했다. 박 전 대표는 "내년에는 중요한 선거도 있고 아무래도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내년은 19대 총선이 예정돼있다. 총선 패배는 본인의 대권가도와도 직결되는 만큼 총선 선대위원장 등 공식적인 자리를 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대목으로 풀이된다. 만일 당권·대권 분리 조항이 수정된다면 박 전 대표는 총선 국면에서 대표로까지도 나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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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표는 재보선 참패 이후 여권 내부에서 봇물을 이루는 본인의 역할론 등 정치현안에는 침묵기조를 이어갔다. 박 전 대표는 "지금 당에서 그 부분에 대해 한창 토론과 고민도 많이 하고 논란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국에 돌아가서 할 이야기가 있으면 그때 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30분으로 예정됐던 간담회는 기자들의 질문이 줄을 이으면서 두 배 가량 늘어난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모든 질문이 사전조율 없이 즉석에서 이뤄졌고 간담회 종료 이후에도 추가 질문이 한동안 이어졌다. 박 전 대표는 단답형이 아닌 상세한 장문의 답변으로 눈길을 끌었고 때때로 유머실력을 과시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아테네(그리스)=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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