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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백' 인천과 울산이 달랐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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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천유나이티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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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지난 주말 K리그 6라운드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 울산 현대는 각각 성남 일화와 FC서울을 상대로 스리백을 구사했다. 실제로 두 경기의 전반적인 양상은 비슷했다. 인천과 울산 모두 수비적으로 나선데 비해 상대는 일방적인 공세를 취했다. 점유율이나 슈팅 숫자, 실제경기시간 등에서 모든 공격 수치에서 열세였다.

결과는 달랐다. 울산이 지지부진한 플레이 끝에 1-1 무승부에 만족했던 반면, 인천은 후반 종료 직전 박준태의 극적인 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물론 각각의 상대팀인 성남과 서울 사이엔 근본적으로 객관적인 전력차가 존재했다. 하지만 이날 승부는 스리백 전술의 효율 차이에서 갈렸다는 게 전문가와 감독들의 지적이다.

울산은 서울전에 3-4-3(혹은 3-4-1-2)을 들고 나왔다. 상대팀 서울은 전형적인 4-4-2 포메이션을 구사하는 대표적인 K리그 클럽이다. 동시에 투톱으로 나선 데얀과 몰리나의 공격력이 막강했다. 데얀은 득점력이 뛰어난 동시에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는 넓은 활동폭을 자랑한다. 처진 공격수 몰리나는 성남 시절 주로 측면에서 뛰었을만큼 돌파력과 킥력이 좋다.

여기에 최근 경기를 거듭할수록 기량이 향상되고 있는 고요한은 왼쪽을 부지런히 공략했다. 풀백 현영민의 공격가담 횟수도 빈번했다. 자연스럽게 울산 윙백 최재수와 송종국은 뒤로 물러났고, 덩달아 공격수도 자꾸만 2선으로 내려왔다. 3-4-3이 5-4-1로 '카테나치오화(化)'된 것이다.
[사진설명=울산이 지공을 펼치는 중에도 노란 원 안쪽의 송종국(위)와 최재수(아래)는 좀처럼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윙백의 공격가담 부족으로 측면 공격은 자연스레 약화됐다]

[사진설명=울산이 지공을 펼치는 중에도 노란 원 안쪽의 송종국(위)와 최재수(아래)는 좀처럼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윙백의 공격가담 부족으로 측면 공격은 자연스레 약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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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활발하게 움직여줘야 할 윙백들이 자기진영에 고정돼있자 울산의 전체적인 공격 흐름은 무너졌다. 최전방 공격수 설기현의 고립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신문선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울산은 반성해야 한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이렇게 좋은 자원을 가지고 이런 경기 밖에 펼치지 못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 경기를 보면 공격수 한 명을 제외하고 전부 아래로 내려앉았다. 사실상 5백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공격할 때도 두세 명밖에 올라오지 않는다. 지나치게 수비적으로 나서다 보니 공격과 미드필드 라인 간격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패스 연결도 3~4번을 넘지 못하고 무의미한 롱패스만 남발된다. 굉장히 실망스러운 경기력"이라고 평했다.

[사진설명=울산은 경기 내내 스리백은 물론 윙백까지 공격 가담 빈도를 줄인채 깊숙이 내려와 자리를 잡으며 5백을 형성했다. 전체적인 라인도 자기 진영 쪽으로 주저앉아 있었다)

[사진설명=울산은 경기 내내 스리백은 물론 윙백까지 공격 가담 빈도를 줄인채 깊숙이 내려와 자리를 잡으며 5백을 형성했다. 전체적인 라인도 자기 진영 쪽으로 주저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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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곤 울산 감독 스스로도 이날 경기 후 "우리가 상대의 전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고 고백했다. 그는 "하프타임 때도 윙백의 플레이를 지적했다. 앞으로 나가질 못했고 적극적인 공격가담도 없었다. 후반이 조금 낫긴 했지만 패스미스도 너무 많이 나왔다"고 털어놨다.

인천은 울산과 비슷한듯 하면서도 달랐다. 성남은 이날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고, 인천은 3-5-2로 맞섰다.

특이한 점은 상대가 스리톱임에도 포백이 아닌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허정무 인천 감독은 성남의 세 공격수 성향에 대해 주목했다. 남궁도는 최전방 공격수, 김진용과 조동건은 투톱이나 처진 공격수로 주로 활약해왔다. 전통적인 윙어 개념의 공격수는 한 명도 없던 셈이다.

"성남 공격수 세 명이 모두 스트라이커 출신이다. 이들이 모두 안쪽으로 들어오면서 공격을 펼치고, 측면에는 풀백만이 존재할 테니 중앙을 두텁게 해야 했다"

[표=울산의 일자 스리백(위)과 인천의 역삼각형 스리백(아래)]

[표=울산의 일자 스리백(위)과 인천의 역삼각형 스리백(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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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날 인천은 수비시에 스리백이 좁은 간격을 두고 섰다. 동시에 서울의 투톱을 상대한 울산 스리백이 일자로 섰던 것과는 달리 역삼각형 형태를 취했다. 이윤표는 사실상 스위퍼에 가까운 위치에서 활약했다. 측면에는 윙백들이 내려와 홍철 등 상대 풀백의 공격을 막았다.

여기엔 미드필드에 대한 고민도 한몫했다. 중원을 청소해줄 우즈벡 출신 미드필더 카파제가 감기로 경기 당일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모두 공격적인 선수들로 중원이 꾸려졌다. 실제로 김재웅, 김명운 등은 2선에서 공격에 활발히 가담했다. 이들의 부족한 수비력을 커버하기 위해서라도 스리백이 필요했다.

공수전환시 스리백 중 한 명(주로 배효성)이 적극적인 전진 압박을 펼쳐 미드필더의 뒤늦은 수비 가담을 상쇄 시켰다. 허 감독이 "수비만을 위한 수비가 아니라 공격을 위한 수비였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사진설명=울산과 같은 스리백이었지만 인천은 양쪽 윙백이 측면 위아래를 활발하게 오가며 공수에 기여했다]

[사진설명=울산과 같은 스리백이었지만 인천은 양쪽 윙백이 측면 위아래를 활발하게 오가며 공수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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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울산과 달리 양측면 윙백이 공수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준 것은 결정적이었다. 이날 오른쪽 측면의 전재호는 왕성한 활동량으로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덕분에 빠른 발을 갖춘 최전방의 한교원(박준태)에 대한 수비 견제도 분산시킬 수 있었다. 역습으로 두 골을 넣긴 했지만, 울산과 달리 경기 중 수차례 좋은 기회를 만들어 냈던 이유였다.

결국 같은 스리백을 사용했지만, 어느 쪽이 수비를 강화하는 동시에 효율적인 공격까지 펼쳤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 셈이다. 홈에서 강팀을 상대로 거둔 짜릿한 역전승. 관중들의 뜨거운 함성과 박수. '수비축구는 재미없는 축구'라는 편견에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장면이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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