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오프닝이다. 미나토 가나에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고백'은 13세 중학생들의 장난스런 살인과 이들에게 딸을 잃은 여선생의 우아한 복수의 이야기를 살인 사건 전후의 시점, 그러니까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펼친다. 영화의 감독은 '불량공주 모모코'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등 스타일리시하고 총천연색으로 알록달록한 화면에 유머와 농담으로 가득한 영화들을 내놓았던 나카시마 테츠야다. 서로 연결 고리를 찾을 수가 없다. 유아 살해를 비롯해 존속 살해, 청소년 범죄 등 끔찍한 범죄들이 등장하는 진지한 사회물을 이 감독이 연출했을 것이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피칠갑 영화 '황해'나 무거운 소재의 '밀양'을 스타일에 집착하는 상업 영화 감독이 만든 셈이다.
일단 시작은 그렇다. 소재는 물론 영화 화면도 사람의 마음을 '축 늘어지게 하는' 잿빛에 가깝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나카시마 테츠야는 본색을 드러낸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일탈 행위가 모두 나오는 끔찍하고 진지한 내용의 영화이지만 감독의 스타일에 대한 고집은 '고백'에서도 계속된다는 말이다. '유코의 고백'을 시작으로 영화는 사건에 직, 간접적으로 관련된 등장인물들의 고백들을 연달아 들려준다. 동일한 사건이지만 화자가 누구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여지는 것은 당연하다. 중간 아이들의 명랑한 군무가 끼어들고, 조악하게 연출된 것이 분명한 컴퓨터 그래픽 장면은 뜬금없기도 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질적이던 형식과 내용이 합일을 이루며 인간의 악마성과 책임 등 감독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선명하고 확실하게 눈과 귀를 통해 머리로 전달된다. 자고로 극과 극은 통하는 법이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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