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파괴의 경제학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1929년 미국발 대공황. 1930년대는 이 대공황을 극복하는 과정이었다. 미국은 뉴딜 정책을 쓰고, 전 세계에 광대한 식민지를 경영하던 영국과 프랑스는 경제 블록을 형성해 버텼다. 식민지 경영의 후발주자였던 독일과 일본은 전쟁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미국만 놓고 본다면 이 대공황 극복의 1등 공신은 뉴딜 정책이다. 적어도 교과서에는 그렇게 나온다. 정부 지출 확대를 통한 수요 창출로 최악의 불황을 막았다는 이론인데 뉴딜의 효과가 과장됐다는 주장도 있다. 뉴딜의 효과는 미미했고, 미국의 불황을 일거에 날린 것은 2차 세계대전이라는 논리다.
4할 타율과 트리플 크라운에 빛나는 강타자 테드 윌리엄스마저 전쟁에 참여했을 만큼 젊은 남성들은 대부분 군에 입대했고, 여자들마저 군화와 군복을 만들기 위해 공장으로 갔으니 수요 부족은 일거에 해결될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재난의 경제학, 파괴의 경제학이다.
재난의 경제학이란 당장의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는 고통스럽지만 복구과정에서 창출되는 가수요가 이후 드라마틱한 경기회복을 가져온다는 이론이다. 반도체와 철강 등 일본과 경합하는 국내 업체들 주가가 급등하고, 일본 재해 복구를 위해 수요가 증가한다며 시멘트주가 급등하는 것도 내용은 다르지만 비슷한 맥락이다.
일본 원전폭발에 대한 우려가 살신성인의 의지로 자원한 결사대들의 활약 덕에 상당부분 낮아졌다. 여전히 불안감은 남아있지만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문제는 극도의 공포가 지나간 자리를 희망이 바로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상당량 유출된 방사능의 피해는 식품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규모조차 아직 산출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우리 증시는 지진 전 지수대를 회복했다. 증시 일각에서 회자되는 안도 랠리를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일본 대지진에 온 신경이 몰린 사이 리비아 사태도 급변했다. 카다피가 반군을 제압하기 직전까지 몰아부치자 미국 등 서방세계가 긴급 조치에 나섰다. '오디세이 여명'이라는 거창한 작전명으로 순식간에 리비아 공군력과 대공망을 무력화시켰다.
긍정론자들은 이번 작전이 리비아 사태 해결의 시작이라고 인식한다. 하나대투증권은 리비아의 대외 군사개입 문제는 또 다른 불확실성 요인이기는 하지만 가격변수의선반영이라는 특성과 과거의 경험을 고려해 볼 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다시 크게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국제사회의 군사개입이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과거의 경험을 고려할 때 악재라기 보다는 문제 해결의 시발점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 국제사회의 중동지역 군사개입은 지난 1991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전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두 사례모두 군사개입 이후 유가는 안정되고 주가는 저점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여전히 북아프리카와 중도지역역의 민주화 열기는 뜨겁고, 카다피의 결사항전 의지도 꺾일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유가에 지금의 악재들이 다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지만 정치라는 변수는 어디로 튈지 모르니 유가 역시 확신할 수 없다.
코스피 지수는 지진 전 가격대를 회복했지만 코스닥은 5% 가량 떨어진 상태다. 업종 및 종목별로 들어가면 철강, 조선 등 일부 대형주들이 반사이익 기대감에 급등하고, 일부 테마주들이 이상급등을 한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중소형주들의 소외가 심했다.
양호한 펀더멘탈에도 심리적 요인에 의해 과도하게 떨어진 중소형 우량주는 '바겐세일' 중인 메이커 제품이 될 수 있다. 복잡한 대외변수에 변동성 장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다. 급락할 때 수급과 심리에 의해 크게 밀린 우량주를 저가매수하는 것은 유용한 전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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