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맛', 물'멋'] 수돗물 "내 곁에 가장 가까운 오아시스"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수도꼭지를 열고 수돗물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70~80년대에나 가능할 법한 이야기다. 낙동강 페놀 사건 이후 불거진 수돗물에 대한 국민적인 불신은 아직까지 꺼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부수적으로는 정수기, 생수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이들 산업군에서는 '웰빙' 바람까지 더해 '몸에 좋은 물'들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기업 차원의 발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페놀 사건의 20주년을 맞는 현재 수돗물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수돗물 마셔도 됩니다."= 오은정 한국수자원공사 수돗물 분석센터 차장은 오는 23일까지 모집하는 '워터소믈리에' 양성과정의 총 책임자다.
워터소믈리에는 와인소믈리에 처럼 물을 마시고 물의 맛, 색, 향 등을 감별하는 사람을 뜻한다. 오 차장은 워터소믈리에 양성을 통해 국민들이 수돗물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총 250가지 검사를 거친 물이다. 법정 기준은 58가지만 준수하면 된다. 하지만 그 외 오염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검사를 총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업체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수자원공사는 또 자체적인 팀을 구성해 물의 맛과 향 등을 감별하고 있다. 이들은 정수장에서 직접 물을 떠와 입에 넣어보고 감별해 결과를 보고한다. 오 차장의 수돗물에 대한 확신은 이같은 근거에 의거한다. 본인 스스로가 정수장 물을 입으로 넣는데 주저함이 없다.
◇가짜 생수의 유통과 수돗물= 하지만 국민적인 관심은 수돗물의 음용보다는 보다 깨끗하고 맛있는 생수가 나오는데 맞춰져 있다. 또 생수에 대한 믿음은 생각보다 쉽게 악용되고 있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간 서울시내 숙박업소 51개소의 음용수 수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26곳의 수질이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가짜 생명수 제조기를 만들어 판 혐의로 연세대 원주의대 김 모 교수(53) 등을 불구속 입건한 바 있다. 김 교수는 무허가로 2006년 1월부터 인체 면역력을 강화하는 물을 만드는 장치 5종을 5100여 명에게 팔아 17억여 원의 매출을 올린 혐의를 받았다.
이어 환경부는 올 상반기 먹는샘물 제조업체를 점검한 결과 84개 업체 중 15개 업체가 법령을 위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총 7개 업체는 수질기준을 초과했으며 4개 업체는 표시기준을 위반했다.
2007년 국립환경연구원은 수돗물과 먹는 샘물의 수질 차이가 없다고 발표했다. 오히려 생수의 40%가 수돗물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의회는 물 외에 생수에 들어가 있는 마그네슘, 칼슘 등과 같은 미네랄이 적으면 도움이 되지만 많으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수돗물을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수돗물에서 나는 소독약 냄새 등은 마시기 껄끄럽게 만드는 제 1요소다. 이에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수돗물인 '아리수'를 세계적인 명품 식수로 만들겠다고 언급했을때 시민들의 의견은 갈렸다.
오 차장은 "수도관의 노후화에 따른 해결책 등은 이미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수돗물에서 나는 소독약 냄새 때문에 마시기 껄끄러워 하나 실질적으로는 수돗물이 더욱 깨끗하다"고 말했다.
◇수돗물 맛있게 먹는 법= 이범우 수자원공사 차장은 집에서 수돗물을 받아 먹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깨끗하고 맛있기 때문이다. 4000명에 달하는 전국 수자원공사 사람들이 수돗물을 신뢰하는 이유와 같다. 대신 수돗물을 맛있게 먹는 법을 알면 더 좋다고 당부한다.
먼저 수돗물의 소독약 냄새는 염소를 투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돗물을 받아서 반나절 정도 그냥 두면 냄새가 사라진다. 또 집이 오래된 경우 이물질이 나올 수 있는데 이 역시도 반 나절 정도 두었다 먹으면 무리가 없다.
정수기에서도 사용하는 숯을 이용하면 더욱 깨끗하고 맛있는 물을 먹을 수 있다. 물 1L에 20~30g 짜리 숯 1~2개면 충분하며 맛있는 수돗물을 먹을 수 있다.
또한 오 차장은 수돗물을 먹는 것과 패트병에 든 생수를 먹는 것 중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길은 수돗물을 먹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의 경우 생수병을 만드는데 매년 석유 1700만 배럴을 쏟아붓는다. 이는 승용차 1300만대를 움직일 수 있는 양이다. 생수의 질을 떠나 수돗물을 먹는 것 만으로 환경 보호를 할 수 있는 길이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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