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허브를 청사진으로 내걸었던 이명박 정부 들어 오히려 자본시장이 퇴보의 길로 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 법안은 지난 2009년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이 발의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증권업계의 반발로 2년째 법사위에 계류중이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대만의 경우 0.05%로 시작한 세율을 2008년 0.004%까지 낮췄으며 일본은 1999년 4월 세금을 폐지했다.
금융당국을 비롯한 금융투자협회, 증권사 등 관련업계는 걱정이 크다. 파생상품에 거래세가 부과되면 거래비용 상승으로 시장이 위축될 수 밖에 없어 투자자 이탈 등 악영향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세금에 민감한 자산가들의 경우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해부터 비과세 혜택이 폐지된 해외펀드는 1년새 12조원 가까이 자금이 유출됐다.
강남의 한 PB는 "해외펀드의 경우 과세라는 부담이 있어 자산가들도 꺼리고 투자권유도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투자업계의 한 임원은 금융허브를 말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외국시장에 비해 불합리한 규제와 보수적인 제도로 글로벌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가 올 상반기부터 추진키로 한 퇴직급여 적립금의 투자한도가 확대되는 등을 골자로 한 퇴직연금제도개선방안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제도개선안에 따르면 우선 확정기여형(DC) 및 개인퇴직계좌(IRA)의 경우 주식형이나 혼합형 펀드 등에 대한 투자한도를 40%까지 확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재산증식이 가능하도록 규제가 개선된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선진국에 비해 소득공제도 지나치게 적은 상태"라며 "제도자체가 금융사별로 금리경쟁을 유발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 추진이 미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DC 및 IRA의 경우 주식형ㆍ혼합형 펀드 등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의 규제가 너무 보수적으로 만들어져 지나치게 투자를 제한하고 있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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