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0일 2.5기 경제팀, 천당서 지옥으로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지난해 12월31일 개각으로 새롭게 출범한 2.5기 경제팀이 출범 100일을 앞둔 가운데 정치권과 여론으로부터 거센 뭇매를 맞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 극복했다는 자평까지 하고 화려하게 출범했다가 고유가가 만들어내고 있는 물가폭등 시국에 대한 상황판단과 대처가 미흡하다는 온갖 비난을 받으며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경제팀의 수장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발(發) 재정위기 등의 위기상황에서 2009년 2월 취임한 윤증현 장관은 빠른 상황대처와 적절한 정책조합을 통해 경제 구원투수로서,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화의의 성공적 개최를 이끈 일등공신으로 추앙까지 받았다가 물가폭등의 책임에 직면했다.
윤 장관은 최근까지만 해도 '5% 경제성장과 3% 물가달성'을 자신하면서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자신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조차 지난 2일 물가안정대책회의에서 목표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현 상황에서 경제전망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했을 정도였다.
1~2월 소비자물가가 두 달 연속 전년동월대비 4%대를 기록하고 중동발(發) 고유가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윤장관은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최근 물가 상황은 이례적"이라고 했고 물가책임을 묻는 질문에 "짐을 내려놓고 싶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9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정책포럼 기조강연에서는 "물가불안으로 전반적인 불확실성이 높아 우리 경제의 회복 흐름이 계속될 수 있을지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 5% 내외의 경제성장과 3% 수준의 소비자물가 상승, 28만개의 일자리, 160억불의 경상수지 흑자를 전망한 바 있다"면서 "지금까지의 경제동향을 보면 소비자물가를 제외하고는 당초 전망의 범위 내에서 경제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 장관은 "물가의 경우 이상한파, 구제역, 국제유가 상승 등 공급부문의 불안요인이 예상보다 크고 수요측면의 물가압력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5%는 유지하되 3%는 포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서 물가급등과 관련, "기후변화,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다"며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가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3% 물가에 대한 자신감을 포기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고물가 외에도 구제역 파동과 농산물값 폭등, 매몰지 침출수 문제, 건설ㆍ부동산시장 불안정 등의 각종 경제현안에 대한 경제팀의 대응을 두고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서민들의 고통지수를 폭증시키는 원인은 성장을 과시하기 위한 성과지상주의에 빠진 정부당국의 무책임과 무능에서 비롯된다"면서 "서민경제의 위기는 강만수와 '윤중동'의 합작품"이라고 말했다. '윤중동'은 윤증현 장관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 3명을 말한다.
최중경 장관은 1월 27일 취임한 지 두달이 좀 지난 상황에서 치솟는 휘발유가격,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아랍에미리트 원전수주 의혹,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이익공유제 논란 등에서의 실물경제부처 수장으로서의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동반성장를 이끄는 핵심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는 위원장인 정운찬 전 총리가 4.27 재보선 출마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공개적으로 관치(官治)금융을 내세우고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공정위를 물가기관으로 전면 개편하고 동반성장, 독과점 시장구조 개선 등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고 가격통제에만 올인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에 대해서는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심리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한국은행의 존재 이유는 물가안정에 있다. 정부의 성장 정책이나 환율 정책에 밀려가지고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3조원을 쏟아부은 구제역 파동과 관련,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이미 사의를 표명해 놓은 상태다. 현 정부 최장수장관인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은 전월세 대란 속에서 5억원의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은 것이 알려져 여론에 비난을 받고 있고 역시 최장수 장관인 이만의 환경부장관은 친자확인 분쟁과 관련한 논란이 여전하다.
최근에는 국가정보원 직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잠입, 외교통상부가 관장하는 주상하이총영사관의 여러 부처 영사들이 관계된 상하이스캔들 등이 잇달아 터지면서 경제팀은 물론 전 부처가 레임덕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취임 3주년을 전후로 국내외에서 각종 악재가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4.27재보선을 전후해 중폭 이상 수준의 개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개각 시기와 폭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