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기 동부자산 주식운용본부장 인터뷰
스팩은 공모자금의 90% 이상을 외부 신탁기관에 맡겨두기 때문에 이 자금에 이자 등을 더하면 원금에 근접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홍 본부장 역시 이 점을 감안해 기회가 생길 때 마다 스팩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홍 본부장은 "당초 우량 기업들의 상장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한 스팩이 네오세미테크 등 일부 부실 기업들의 사례 때문에 덩달아 발목을 잡힌 꼴이 됐다"며 "도입 취지에 맞게 스팩 관련 규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팩이 업종으로는 녹색산업에, 규모는 200억~300억원대에 몰려있어 과당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한다. 정부가 집중 육성하고자 하는 부분이 녹색산업을 중심으로 한 신성장 산업이라 모멘텀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우그린스팩이나 미래에셋제1호스팩이 M&A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그간 탐색기간도 충분했고 대우나 미래에셋증권이 IPO 경험이 많다는 점에서 개연성은 높다"며 "하지만 M&A의 특성상 성사되기 전까지 속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M&A가 지연되면서 스팩펀드 투자자의 이탈도 나타났다. 동부자산운용은 지난 3일 하나그린스팩 23만8300주(4.55%)와 KB글로벌스타게임앤앱스스팩 23만5266주(2.72%)를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사모펀드의 해지와 환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그는 "1개 펀드의 해지와 일부 환매가 있었다"며 "1년 가까이 유지해오던 투자자였는데 외부 사정으로 피치 못하게 환매를 하게 돼 투자자도 몹시 아쉬워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홍 본부장이 이 같은 상황을 더욱 안타까워하는 이유는 지금이 스팩 투자의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공모가 이하의 투자가치 외에도 이미 최장 투자기간인 3년 중 3분의 1이 지난 시점이라는 점에서 시간적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며 "1년이 경과한 스팩들은 그간의 노력을 바탕으로 올해 M&A 성공 사례를 내며 모멘텀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믿음은 스팩 펀드의 포트폴리오에서도 엿볼 수 있다. 동부자산운용의 스팩펀드는 일반 주식을 편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스팩으로 구성돼 있다.
홍 본부장은 "공모가 이하의 스팩과 M&A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는 기간이 경과한 스팩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꾸려 나갈 예정"이라며 "스팩펀드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성 기자 ji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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