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물가가 韓경제 진로 바꾸나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중동발(發)유가폭등 양상이 지속돼 국내 물가가 1~2월 연속 4%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정부가 2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10개 부처가 참여한 물가안정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어 농산물 수급안정,관세 인하, 유통구조 개선 등 범정부적 정책노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예정에 없던 이날 회의는 작년 하반기 연이은 대책과 1.13물가대책, 매주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의 물가동향점검회의를 통한 총체적 대응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안정되지 않자 급히 마련됐다. 그러나 새롭거나 확실한 대책보다는 정부가 사실상 물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며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 됐다.
문제는 유가 상승과 원자재가격 상승, 세계적인 작황부진과 달러화가치 하락에 따른 유동성 증가 등 공급측면에서 나타나던 물가불안이 수요측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최근의 물가상승은 공급측면의 불안요인에서 주로 기인하기는 하지만, 소득증가 등에 따른 수요측면의 물가상승 압력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면서 "불안요인이 경쟁적인 가격인상과 인플레 심리 확산으로 연결될 경우 우리 경제의 안정기조를 저해하고 서민생계의 부담이 가중되는 결과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정부가 내놓을 모든 카드를 다 쓴 상황이어서 수요,공급 양측면에서 물가불안이 지속될 경우 결국 성장률(5%)과 물가(3%)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은 이달 초에, 한국개발연구원(KDI)는 5월에 예정된 경제전망 조정 발표때 유가ㆍ물가의 전망치를 당초보다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 전망치를 종래 배럴당 86달러에서 90달러중반으로 10달러 가량 상향조정할 예정이다. LG경제연구원도 이달말 경제전망 발표 때 87.7달러였던 유가 전망치를 90달러 중후반으로 올릴 계획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작년 12월 발표 때는 리비아 등 중동 사태를 예상못했다"며 "연간 평균치가 100달러를 넘진 않을 것으로 보지만 중동사태가 장기화되면 그 이상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올해 유가를 80달러대후반으로 예상했던 KDI도 예상보다 10%높은 90달러대 후반으로 상향조정을 예상하고 있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중동의 정정 불안이 빠르게 진전된다면 유가가 당초 예상보다 10% 내외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가 전망치가 상향되면서 물가상승률도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미 연초 두달 연속 4%대를 넘어선 물가상승률은 정부 목표치(3%)를 무력화시켰다. 유가 및 곡물가 급등 등 국제 변수에다 국내적으로도 기상조건 불순과 구제역 파동으로 인한 농ㆍ축수산물 수급 불안, 전세가 상승 등 물가 압박 요인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삼성경제연구소는 3% 전후였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 중반으로 올리고, LG경제연구원도 종래 3.1%에서 3% 중반 이상으로 상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KDI도 올해 물가상승률을 3.2%로 내다봤으나 상당한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유가와 물가 상승은 결국 경제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KDI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연평균 10%만 상승한다고 가정할 경우 국내총생산은 0.21%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0.12%포인트 상승한다. 민간소비증가율은 0.12%포인트 하락하고 경상수지는 20억달러가 줄어든다.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5%, 물가목표가 3%인 점을 감안하면 유가 10%상승만으로 물가 상승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내수경기 위축, 외환보유고 감소 등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한 한국은행에 따르면 환율 10% 상승시 소비자물가는 1.84% 상승. 임금 10% 상승시 물가는 3.20% 상승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전무는 "우리나라는 원자재 수입 비중이 커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경상수지 관리에 어려움이 가중된다"며 "경제성장률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유가나 곡물, 원자재 등 해외발 외생변수로 인해 상황이 예상보다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아직은 불확실성이 커 사태 진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경제성장률 하향조정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실제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을 밑도는 상태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수요억제 처방을 강화하면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다. 정진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시적 가격안정화 대책이 향후 개인 세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연결되지 않도록 공공요금 인상요인의 흡수방안을 병행하고 공기업 경영합리화 추진과 중앙 지방정부의 효과적 재정운영도 필요하다"면서"수요압력에 따른 물가상승요인이 아직 크지 않아 수요압력 억제를 위한 금리인상은 당장에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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