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 친구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니네 회사는 잘 나가지, 하기야 중소기업 등골 빼먹고 있는데…." 그는 이 대목에서 할 말을 잃었다고 한다. "회사에서 중소기업을 위해 벌이고 있는 각종 상생활동을 설명하고 싶었는데 대기업들이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느낌이었다"고 그는 아쉬워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노무현 정부 기간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조사한 기업호감도 지수는 2006년 하반기를 제외하고 재임 기간 내내 50점(100점)을 넘지 못했다. 이후 최고경영자(CEO) 출신 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이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선언하면서 기업의 인기가 최절정에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속에서도 위기를 훌륭히 극복해낸 우리 기업이었기에 반기업 정서가 자리 잡을 틈은 없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이 지난해 말 이후 서민경제와 중소기업을 겨냥한 물가안정과 동반성장으로 선회하면서 3년 만에 반기업정서가 주요 이슈로 등장했다.
정부는 물가인상 주범 중 하나로 기업의 폭리를 꼽았다. 아울러 동반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대기업을 지목했다. 해당 기업들은 '국민과 함께하는 기업상에는 동의하지만 이런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겉으로는 날을 세우지 않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정부와 대기업이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임기 2년을 채 남겨두지 않은 이명박 정부는 레임덕이 없다고 강조하고, 대기업은 2년 만, 아니 1년 만 무난히 버티려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만족할 수 없다며 매를 들고 있다. 반기업정서가 심화되면 대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성장잠재력이 훼손되며, 대기업 근무자의 사기가 저하된다. 이는 곧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반기업정서로 인해 국가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정부 역시 반기업정서 심화의 빌미를 줬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장의 물가안정이나 구체적 윤곽도 잡지 못한 동반성장보다는 멀리 보는 중장기적인 정책수립이 아쉽게 느껴질 뿐이다. 당장 매를 대기보다 다독여주고 이를 독려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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