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과 비교하면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이 회장은 신경영선포에서부터 '이건희 어록'을 비롯해 수시로 언론에 화두를 던진다. 사생활적인 측면에서도 공개된 사항이 많다. 지독한 자동차광이면서 스피드광인 것은 대부분이 알고 있다. 어디 사는지, 무슨 와인을 좋아하는지, 어떤 옷을 입는지 등도 자주 노출된다. 그리고 수면 아래에서도 이 회장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설'이 떠돈다. 그만큼 이 회장은 일반인들에게 가깝게 있다.
현대차그룹도 '회장님 동정'에 대한 보도자료 배포를 거의 하지 않는다. 사실 정몽구 회장의 동정을 잘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꼭 참석해야 할 상가에 몇 시에 가는지도 알지 못할 정도(항상 새벽에 상가를 가곤한다). 해외출장 여부도 비행기 트랩을 올라야만 알 수 있다. 현대차그룹 임원들에게 있어 정몽구 회장을 언급하는 것은 '금기 사항'이다. 현대차그룹은 삼성처럼 '이건희 복심=이학수' 같은 등식도 없다 보니 주워 듣는 얘기가 없을 수밖에 없다.
올해는 정몽구 회장에게 남다른 해가 될 것이다. 경영 11년째에 접어들었다. 이건희 회장이 24년차에 들어선 것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된다.
정주영 회장이 그렇게 열망하던 제철소 건설도 정몽구 회장이 지난해 실현했다. 타이밍도 절묘했다. 1년만 빨리 되거나 늦더라도 화근이 될 소지가 컸지만 철강시장이 감산에서 벗어나 정상화되는 시점에 완공해 곧바로 연착륙하게 된 것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는 쾌거를 올렸다.
정몽구 회장은 M&A(인수합병) 사상 전무후무할 '뒤집기'에도 성공해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들었다. 현대그룹으로 낙점된 현대건설을 다시 찾아온 것. 정몽구의 '뚝심'이 절정에 달하는 사건이었던 셈이다. 올해는 고속철도에서 신기원이 예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과 같은 '황금의 포트폴리오'가 구현된다. 어떤 위기에서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것.
일각에선 정몽구 회장을 '운칠기삼'의 전형이라 할 만큼 정말 복을 타고난 사람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하지만 이건 그냥 하는 소리다. 정몽구 회장에겐 어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리더십이 존재한다. 이건희 회장이 이병철 회장을 뛰어넘었듯이 정몽구 회장도 정주영 회장을 넘어서는 중이다. 정몽구의 리더십이 철저히 조명돼야 하는 이유인 셈이다. 정몽구 리더십의 코어가 무엇인지 너무 궁금해 설레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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