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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재 가격통제에 대리점이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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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사들 부담전가로 신음
수요업체들도 구매 망설여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팔아봐야 남는 게 거의 없어요. 돈을 돌려야 하니 어쩔 수 없이 팔지만, 그나마 사는 업체도 비싸다고 하니ㆍㆍㆍ."
서울 영등포 한 철강재 판매점 사장은 지난 7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하소연했다.

그는 "연말까지 업체들이 소진한 재고를 채우기 위해 대량 구매를 하곤 했는데, 올해는 사정이 넉넉치 않은 지 (구입량이) 예전만 못하다"면서 "철강사도, 우리도, 수요업체도 모두 불만만 쌓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재 가격왜곡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의 직ㆍ간접적인 압박으로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철강사들이 물건을 판매하는 대리점들에게 이를 전가하고, 수요업체는 구매를 망설이면서 줄줄이 수익성 악화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마치 구제역ㆍ조류독감 파동으로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은 소고기ㆍ돼지고기를 사가지 않는 것에 비유해 철강 유통시장도 '구제역'에 걸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원부자재 가격 흐름에 맞춰 가격을 예측하고 이에 맞는 생산 및 판매 계획, 가격 책정 등이 이뤄져야 하는 게 정상적인 생산활동이다. 하지만 정부가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연말 연초 주요 철강사들에게 철강재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면서 이런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 철강사들은 사실상 압박이나 다름 없는 정부의 요청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였다.

속내는 이미 성의를 보일만큼 보였다는 반응이다. 철강업계는 2011년 1ㆍ4분기 가격 협상에서 가전ㆍ건설 등 대형 수요산업에 대한 공급가격을 동결했다.

반면 철광석 공급 가격은 전 분기 대비 8%, 원료탄의 경우 강점탄 8%, PCI탄은 20%가 상승한 가격에서 계약을 마쳤다. 여기에 호주 기상악화로 공급 차질이 발생해 가격 강세는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철 스크랩 가격도 지난해 11월 t당 390달러에서 12월 중순 440달러, 올해 1월에는 510달러까지 급등했다. 생산비용의 대폭 상승이 불가피하다. 더군다나 철강업계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료가 상승ㆍ수요부진의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 인상 이외에는 해소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눈치를 보는 선두기업 대신 후발기업들이 먼저 나섰다. 세아베스틸이 2월 출하분 가격을 t당 10만~12만원 인상했으며, 한국철강도 7일 출하분부터 철근가격을 t당 81만원에서 86만원으로 올린다고 건설사와 유통사에 통보했다. 하지만 통보가격인 확정가격이 아니기 때문에 수요업체가 거부하면 협의를 해야 한다. 동부제철 등이 추진중인 가격할인 축소도 마찬가지다. 철근 및 봉형강 제품의 최대 수요처인 건설ㆍ토목 부문은 아파트 건설 위축과 정부 발주 대규모 공사 입찰도 거의 없어 비싼 가격에 철강재를 구입하려고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불똥은 유통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판매점 사장은 "매년, 매월 일정한 흐름이 잡혀야 우리도 구매ㆍ판매를 균형있게 잡아갈 수 있는데, 지금은 하루하루가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고, 철강사들도 방향을 잡아주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그저 '인상하지 마라'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으로 알고 있나본데, 무책임한 압박으로 인해 시장 원리에 맞춘 기업간 자유로운 가격 조정 기능에 발목만 붙잡은 격이 됐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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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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