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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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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원의 여의도프리즘]# 1987년 12월 실시된 13대 대통령선거의 키포인트는 통일민주당의 두 거목이던 김영삼 총재와 김대중 고문, 두 사람의 후보 단일화 여부였다.

그해 10월 20일 오전 10시 20분부터 오후 2시 15분까지 4시간 가까이 진행된 민주당 의원총회. 몇몇 의원들이 눈물까지 흘리는 비장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성토가 이어졌다.
김정길 : 두 분의 주장대로 김 고문의 광주 대회와 김 총재의 부산 집회에서 두 분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여실히 증명됐다. 그러나 그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더 많은 국민들이 군정 종식을 위한 단일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조순형 : 사실상 민주당의 마지막 의총이 될 수도 있는 오늘 의총에서 총재와 상임고문이 유감스럽게도 한 계보 지도자로서의 입장만을 표명한데 대해 크게 실망했다. 이번 선거의 역사적 의미는 26년 군사독재에 대한 심판이지, 김영삼이나 김대중 개인을 선택하는 선거는 아니다.

송천영 : 두 분 측근들 가운데 두 분이 다 출마해도 당선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군부독재와 결탁된 민주화의 ‘공적’(公敵)이다. 나는 국회의원 안 해도 좋다(울먹이며). 내일까지 걸리더라도 (지금 이 자리에서) 결판내야 한다...
결국 단일화 작업이 결렬되고, 한국 정당사 최고의 희극적 작명인 ‘민주정의당’의 노태우 후보가 당선된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엔 관련자들이 쉬쉬하는 대목이 하나 있다. 바로 고비마다 쏟아져 들어온 의문의 ‘소액 후원금’이었다.

양 김 씨의 선거캠프엔 후원금이 꾸준히 답지했다. 대부분 지지자들의 순수한 정성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여론조사 수치가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그에 따라 후원금 액수도 춤을 췄다는 일부 증언들이다.

특정 후보의 지지율이 하향추세를 보이면 꼭 소액 후원금이 무더기로 몰려왔다는 게 캠프 관계자들의 후일담이다.

당시 민정당 노 후보 측의 최대 관심사도 양김의 단일화 여부였다. 어떤 개연성을 상정해 볼 수도 있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 그로부터 10년 후인, 1997년 15대 대통령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김종필 박태준과의 ‘DJT연대’에 성공하면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간발의 차로 앞서고 있었다.

결국 관건은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의 득표력이었는데, 어느 날 국민신당 모 고위 관계자가 동교동 핵심멤버를 찾아왔다. 보아하니 이인제 후보와는 상의가 없었던 눈치였다고 한다.

- 선거자금이 모자라 혹시 후보가 사퇴할 수도 있습니다.
- 아니, 그걸 왜 우리한테 말합니까.
- ...

이 동교동 인사는 즉각 이 같은 대화내용을 DJ에게 급보했음은 물론이다. 이후 김 후보 측이 어떤 액션을 취했는지는 확인된 바 없으나 소액 후원금 형태의 ‘간접 지원설’이 정가에 은밀히 떠돈 것도 사실이다.

개표 결과 김대중(1천32만), 이회창 후보(9백93만)의 차이는 불과 40만 표 안팎이었고 이인제 후보는 4백92만 표를 얻었다.

다른 대통령선거라고 달랐을까. 아마도 상상을 초월하는 ‘밀담’들이 증거 하나 남기지 않고 오고가곤 했을 것이다.

# 뜬금없이 13, 15대 선거의 가장 어둡고 극단적 사례를 돌아본 것은 선거, 그 이면의 복잡한 얼굴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새삼스런 말이지만 ‘대권 레이스’는 결코 이상적이고 논리적으로만 진행되진 않는다.

요즘 야권은 연대·연합 협상과 ‘보편적 복지’를 둘러싼 백가쟁명이 한창이다. 가장 선명한 주장이 득세를 하는 건 ‘운동’의 영역이다. 아니, 요즘은 시민·사회운동도 목표를 향해 단계적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노련미를 갖춰가고 있다.

운동은 때론 최전선에서 감연히 ‘옥쇄’하는 것도 필요하나, 정치는 대부분의 경우 그래선 안 된다. 무엇보다 지지자들이 그걸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좌우 어느 쪽이든 과도한 주장은 공감대를 넓히기 힘들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을 개발했어도, 이를 구현하기 위해선 우선 집권을 해야 한다.



광남일보 국장 dw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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