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용은 초등학교 3학년 2학기 말하기ㆍ듣기 교과서 12쪽에 실린 '방귀쟁이 며느리'라는 옛이야기의 일부다. 방귀를 심하게 뀌는 며느리가 결혼 후 방귀 때문에 시집에서 친정으로 쫓겨 가게 된다는 내용이다.
반면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쓰기 교과서에 제시된 '방귀쟁이' 이야기는 서로 방귀가 세다고 자랑하는 두 남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남성의 방귀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다는 식으로 묘사했다. 여성이 방귀를 뀌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고 남성이 방귀를 뀌는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라는 식으로 그려져 같은 방귀라도 성별에 따라 다르게 평가한 셈이다.
교과서에 담긴 남성 중심적인 세계관은 여성에 비해 훨씬 높은 남성 등장인물의 비율로도 나타났다. 교과서 등장인물의 성비는 여성이 37%인 반면 남성이 63%에 이르렀다. 특히 다른 저작물에서 가져온 내용에서 성비 차이가 심했으며, 중학교 교과서의 경우 남성이 71%, 여성이 29%로 남성 등장인물의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성폭력 예방을 가르치는 내용에서는 K출판사와 C출판사의 기술ㆍ가정 교과서가 성폭력의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단정 하에 피해 여성들이 겪는 후유증만 자세히 서술하고, 10대의 임신에 대해서도 여학생 혼자만의 문제로 다뤄 남성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여성가족부의 한 관계자는 "초ㆍ중등 교과서는 학교 교육과정의 핵심 요소에 해당돼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 효과가 매우 높다"며 "이번 연구를 토대로 앞으로는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중심축이 되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모습이 교과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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