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노인성 치매를 유발하는 대표적 원인인 퇴행성 신경계질환 알츠하이머병의 연구자들이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에 주목하고 있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뇌에서 생성되는 평범한 단백질이지만 뇌 속에서 축적되면서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킨다. 지금까지 의학계에서는 과도한 베타 아밀로이드 생성이 문제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관점이 틀렸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13일 뉴욕타임스지가 전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랜덜 베이트먼 교수가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대부분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뇌에서 생성되는 아밀로이드의 양은 지극히 정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생성된 아밀로이드의 제거였다. 환자들의 경우 정상인에 비해 아밀로이드의 제거 속도가 크게 느린 것으로 드러났다. 원인은 ‘고장난 수도꼭지’가 아니라 ‘막혀버린 하수구’였던 것이다.


최근 의학계는 이같은 예상 외의 발견에 힘입어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원인에 대한 연구성과에 큰 진전을 보고 있다.

다른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의 이해와 퇴치에 초점이 맞춰졌다. 만약 베타 아밀로이드의 배출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속도를 늦추거나 멈출 수 있다. 한편 연구자들은 뇌내 아밀로이드의 양이 정상적인 수준일 경우 신경발화Nerve firing·신경세포간의 전기적 상호작용)가 뇌의 통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서킷브레이커(회로차단기)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아밀로이드는 신경을 마비시켜 세포를 죽게 만들 수도 있다. 만약 아밀로이드의 뇌내량을 발병 초기에 줄일 수 있다면 뇌세포의 파괴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른 연구는 뇌세포 체계를 통한 뇌의 정보처리망에 대한 것이다. 뇌의 양쪽 측두엽에는 주기억장치격인 해마가 있는 반면 다른 부분에는 이른바 ‘잡생각’을 담당하는 기능도 있다. 예를 들어 운전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저녁식사로 무엇을 만들어 먹을지 생각하는 경우 이 기능이 활성화된다. 연구자들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손상되는 부분은 바로 이처럼 ‘멀티태스킹’을 가능하게 하는 뇌의 기억체계이며 이를 어떻게든 막는다면 더 오랫동안 뇌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수면을 취할 때 꿈을 꾸지 않으면 뇌의 정보처리망은 평상시보다 덜 활성화되면서 뇌의 다른 영역을 사용하는 집중적 지적 활동을 잠시 쉬게 된다. 만약 뇌의 정보처리활동을 쉬게 한다면 아밀로이드의 생성 역시 줄어들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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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련의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연구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알츠하이머병을 확실하게 치료할 방법이 없었지만 이제 의학계는 놀랄만한 정도로 많은 정보를 축적한 상태다. 물론 아직은 연구가 초기 단계이고 이러한 의학적 성과를 실효성있는 예방과 치료로 이어나가기 위한 해결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의학계는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인 제약업체 엘리릴리의 리처드 모스 알츠하이머담당 선임연구자는 “이번 발견은 알츠하이머라는 끔찍한 질병을 결국은 정복할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주었다”면서 “알츠하이머병 정복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으며 결국은 해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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