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전쟁은 '현재진행형'...위안화 논쟁·환시개입 가열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통화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G2(미국, 중국)가 위안화 절상 및 무역 불균형을 놓고 벌이는 논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고, 신흥국들의 환율 방어 조치 역시 강화되고 있다.
▲ 美, 대중 압박 수위 높여 = 6일(현지시간) 민주당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과 척 그래슬리 상원 재무위 공화당 간사를 비롯한 32명의 상원의원은 왕치산 중국 부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양국은 후 주석의 방미(訪美) 전, 주요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면서“중국은 위안화의 의미 있는 절상을 통해 시장 결정적 환율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상원 의원들은 지적 재산권 침해, 외국기업 차별, 쇠고기 수입 금지를 집중 추궁했다.
벤 버냉키 미(美)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위안화 절상을 촉구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5일 CBS의 ‘60분’ 프로그램에 출연해 중국의 위안화 가치 저평가가 미국 뿐 아니라 중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율 조작국 지정 문제 역시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세로드 브라운 민주당 상원의원(오하이오)과 올림피아 스노우 공화당 상원의원(메인)은 각 당의 지도부에게 보낸 서한에서 환율 개혁법에 대한 투표 일정을 잡으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내년 초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방미(訪美)를 앞두고 환율 및 무역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선제공격에 나서고 있다고 풀이했다.
▲ 신흥국, 환율 방어에 팔 걷어부쳤다 = 신흥국들의 통화 강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신흥국의 고성장률과 더불어 유럽재정위기, 중국 긴축정책 여파까지 더해져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국 통화로 몰리고 있는 것.
대만의 11월 수출은 전문가 예상치 18.9%를 웃돌며 전년동기 대비 21.8% 증가했고, 인도는 올 회계연도 경제 성장률 전망을 종전 8.75%에서 9% 이상으로 상향조정했다. 오는 10일 발표될 예정인 중국의 11월 수출 규모 역시 전년동기 대비 23.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아시아 신흥국들이 올해 9.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선진국은 2.7%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아시아 시장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인도, 인도네시아, 한국, 대만, 태국 증시로 유입된 글로벌 유동성은 18억8000만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유동성의 유입은 아시아 통화 상승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 10개국의 통화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JP모건 아시아 달러 인덱스는 지난달 11일 116.280을 기록,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이로 인해 신흥국들은 환율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환시 구두개입을 지속하고 있다. 7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엔화 환율이 또 다시 한쪽 방향으로만 움직이고 있다”면서 “시장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엔화는 이번달 들어서만 달러대비 1% 이상 상승했다. 지금까지 달러대비 엔화 상승률은 13%에 이른다. 일본 외환당국은 지난 9월15일 엔화 상승을 막기 위해 2조엔(240억달러) 이상의 엔화를 매각한 바 있다.
브라질 귀도 만테가 재무장관은 6일 헤알화 강세를 억제하기 위해 추가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주요 20개국(G20)이 환율 전쟁의 해답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헤알화 상승을 막기 위해 추가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질 당국은 헤알화가 2009년초 대비 37% 상승하자, 지난 10월 해외 투자자들의 채권투자시 부과하는 금융거래세(IOF) 세율을 2%에서 6%로 세배 인상했다.
대만 중앙은행은 지난 7일 대만달러 상승을 막기 위해 달러를 대규모로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만달러는 소비자물가(CPI)가 전년동기 대비 1.53% 상승했다는 소식에 크게 상승했지만, 장 마감 2분을 앞두고 상승폭이 갑자기 줄었다.
익명의 소식통은 대만 중앙은행이 지난 8개월간 매일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만달러는 지난 2개월간 달러대비 1.3% 상승했다.
싱가포르의 중앙은행인 싱가포르통화청(MAS) 역시 자국 통화 상승을 막기 위해 달러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DBS그룹은 MAS가 10월 한달간 170억달러의 외화를 사들였다고 지적했다. DBS는 “MAS가 외환현물시장에서 82억달러의 외화를 매입했고, 선물시장에서는 86억달러를 사들였다”고 지적했다.
한편 칠레 중앙은행의 세바스찬 클라로 정책위원은 “자본 통제와 환시 개입은 결국 실패할 것”이라면서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펠리페 라라인 칠레 재무장관은 환율 논쟁이 한창이던 지난 10월, “세계 경제가 환시개입 및 자본 규제의 악순환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이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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