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10년 후, 이제 다시 그 '벤처'의 이름이 우리 경제의 전면에 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징후는 여러 방면에서 포착되고 있다. 우선 벤처기업의 수 자체가 늘어났다. 벤처 열풍이 한창일 때도 1만개 정도였던 벤처기업의 수가 최근에는 2만개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의 증가율을 보여주고 있다. 투자금액도 마찬가지다. 올해 3분기까지 결성된 국내 벤처투자조합 결성액은 1조2300억원으로, 이 역시 2000년 이후 최대치다.
또한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도 보다 정교하고 촘촘해졌다. 벤처기업들의 실패에 대한 안전망을 제공하고 재도전을 가능케 하기 위해 기술보증기금의 연대보증 부담이 완화된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중소기업청의 기술개발, 자금지원, 제도 개선에 관한 종합적인 지원도 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잘 마련돼있다.
그러나 이러한 객관적인 변화가 '제2벤처붐'의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달라진 환경과 더욱 치열해진 글로벌 경쟁 체제에서 젊은 기업인들은 과거보다 더 강하고 패기 넘치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 기업가 정신, 창업과 성공에 대한 열정이야말로 객관적 상황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 '기술창업사관학교'를 개설하려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혹독한 교육을 통해서 창업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쌓는 것은 물론이고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나갈 수 있는 강인한 기업가 정신으로 그들을 무장시키기 위함이다. 객관적 환경의 변화만을 호재로 삼을 것이 아니라 주관적 열정의 온도를 더욱 높여야 하는 것이 지금의 당면 과제이기도 하다.
벤처기업의 활성화는 단순히 특정한 형태의 기업들에 대한 활성화가 아니다. IT와 녹색기술을 통해 우리 경제의 '제2의 도약대'를 마련하는 일이라고 봐야 한다. 울창한 숲과 거대한 크기의 나무들도 결국에는 새싹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벤처기업은 '새싹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불고 있는 새로운 벤처붐이 우리 경제의 튼튼한 거목을 키워가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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