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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졸업하고 남극기지 가는 최경호 대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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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최경호(29)씨는 올해 부산대 컴퓨터공학과를 10년 만에 졸업했다. 그런 그가 대한민국 청년들을 대표해 1년간 지구 최남단 과학기지로 임무 수행에 나선다. 지난 세월 그에게 어떤 도전들이 찾아왔던 것일까?

21일 일요일 오후 최 대원은 인천공항을 떠나 프랑스 파리를 거쳐 남미 칠레 푼타아레스로 떠났다. 그곳에서 다시 한국 최초의 쇄빙선인 아라온호를 타고 그가 도착할 최종 목적지는 세종남극과학기지. 그는 다음달 1일부터 1년 동안 24차 월동연구대원으로 남극기지와 바깥세상을 연결하는 전자통신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세종과학기지에 가 있는 아저씨들에게 단체로 위문편지를 썼던 초등학생 시절부터 남극은 그가 언젠가는 가야할 땅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품어온 남극 행의 꿈을 이루게 되어 기쁘다는 최경호 대원. 24차 월동 연구대원들 중에서도 나이가 어린 축에 속하는 그는 본인 스스로도 이렇게 빨리 꿈을 이루게 될지 몰랐다고 말한다. 그는 어떻게 꿈을 이루게 되었을까?
세종과학기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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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그 사람의 인생이 달렸다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중 3때부터 신문배달을 하며 학교를 다녔다는 그는 '힘들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건강에도 좋고 재밌었다'고 답했다. "신문배달을 마치고 학교에 신문을 한 뭉치씩 가져가면 친구들이 서로 보겠다며 달려들어 인기가 많았다"며 왜 힘들다고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를 갈 무렵 그는 인문계고등학교 대신 전문계고인 부산기계공고를 선택했다. 국비지원이 돼 학비가 저렴하고, 어릴 적부터 컴퓨터나 전자기기가 좋아 기술을 바로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끌렸다.

하지만 그가 기계공고에서 맞닥뜨린 현실은 그를 좌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기능 올림피아드에 출전해 금메달을 딴 사람이 고졸이라는 이유로 치킨 배달을 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 공고의 현실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절망하기보다 전문계고 출신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겠다고 다짐했다.
3학년이 되면서 같은 학교 친구들 대부분은 취직을 선택했지만 그는 진학반에 들어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해 대입에는 실패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해운대 경찰서 2층에 자리 잡고 있는 해변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재수 생활을 하다가 2001학년도에 부산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합격했다.

대학에 합격한 동시에 힘든 재수 생활의 피난처로 지원한 특전사에도 합격한 그는 고민 끝에 군대 행을 택했다. 자원해 들어간 군대라 3개월 내로 나올 수 있는 기회는 있었지만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만큼 힘들어도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04~2005년까지는 이라크에 파병되기도 했다. 결국 그는 5년 3개월이라는 시간을 특전사 통신 담당관으로 근무하면서 그 경력을 인정받아 이번 남극 행에 지원할 자격을 얻게 되었다.

◆그가 대학에서 배운 것은?
전설의 10학기 휴학을 마치고 2006학년도에 학교로 돌아온 그는 파릇파릇한 06학번들과 부대끼며 4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20대의 절반을 군대에서만 보낸 그에게 부산대학교는 사방을 향해 열려있는 기회의 공간이었다.

부산대 재학시절, 발표 수업 중인 최경호(29)씨

부산대 재학시절, 발표 수업 중인 최경호(29)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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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있다가 대학에 오니까 너무 좋았다'며 웃던 그는 대학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전공 공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자신의 꿈을 향해 계속 한 발짝씩 나아갔다. 대학신문 기자 활동, 적십자 봉사활동, 마라톤 참가 등 교내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은 물론 프랑스 파스칼 대학의 무선 네트워크 연구소에 교환학생으로 가는 등 끊임없이 자신의 무대를 넓혀 나갔다.

최근 그는 대학생활을 마무리하면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들을 엮은 '대학생이 해야 할 고민들'이란 책을 출간해 작가로 변신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06년에도 군대생활을 정리하며 '검은 베레 이라크 대장정'이라는 책을 낸 적이 있다. 원래 일상의 소소한 일들까지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는 "나의 20대는 딱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그중 하나는 군대고 또 다른 하나는 대학"이라며 "이를 두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대학생이 해야 할 고민들 (최경호 저)

대학생이 해야 할 고민들 (최경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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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에는 벤쿠버 동계올림픽 현지 리포터에 선발돼 올림픽 기간 내내 15~16명의 동료들과 취재도 하고 기사도 쓰면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이번 리포터 활동을 통해 그가 느낀 것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벤쿠버에 가기 전까지 각종 해외탐방 프로그램에 지원했지만 계속 떨어지기만 했다. 처음엔 서류에서 떨어졌지만 계속 도전하다보니 어느새 서류전형을 통과하게 되었다. 무사히 서류를 통과하게 된 이후에도 면접에서 계속 떨어졌지만 그는 끊임없이 계속 시도했고 결국은 벤쿠버에 다녀올 수 있었다.

그의 활발한 대학 생활을 보며 주변 사람들은 '너는 하면 다 되는구나'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지만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털어놨다. "사실 이번 남극기지에 원서를 넣을 때 쯤 대기업에도 원서를 냈다"며 하나를 해내기까지 수많은 실패들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그러면서 "실패하더라도 계속 시도하는 한 성공할 확률은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실패하기도 하고 성공하기도 하지만 사람은 자기가 제일 하고 싶은 일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게 된다"며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될 가능성도 계속 높아진다"고 얘기했다. 그 결과 그는 대기업 채용에서는 떨어졌지만 제일 되고 싶었던 남극기지 대원에 최종 선발되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낯설고 위험하지만 우리나라 남극탐사의 중심지인 세종과학기지에서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게 될 최경호 대원. 남들은 대학에 가는 스무살, 혼자 군대로 들어가면서 남다른 길을 걷기 시작해 서른을 앞둔 이제 남극을 향해 떠난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그는 쇳조각을 황금으로 만드는 연금술사처럼 남극에서 맡은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올 것이다.

그가 인터뷰 도중 기자에게 한 마지막 말은 "내년이 남극점 발견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남극으로 꼭 놀러오세요."였다. "어떻게 갑니까? 남극에 가기는 어렵겠는데요"라는 기자의 말에 그는 다시 이렇게 말했다."왜 못 옵니까? 올 것 같은데요. " 그가 내뱉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을 기자는 그제야 알아들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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