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내가 영어를 못 해서..."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이 말과 함께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의 옆자리를 고사하고 뒤로 물러섰다. 은행장들은 이 장면에 웃음을 띠었지만, 지켜보는 기자들의 펜끝은 바삐 움직였다.

19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소공동 한은 본점 15층에서 개최된 금융협의회 사진촬영 자리의 한 장면이다. 김태영 농협 신용대표가 오른쪽에 서 있던 김정태 행장을 외환은행장 옆 자리로 바꿔주겠다며 소매를 끌어당겼다. "외환은행하고 뭐 하신다며?"라는 장난스러운 질문도 덧붙였다.


김정태 행장은 웃으며 손사래를 쳤고, 결국 두 행장은 김태영 대표를 사이에 두고 사진촬영을 마쳤다. 최근 인수합병(M&A)논의가 오가는 만큼, 오해를 부를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한 것으로 해석됐다.

금융권 M&A의 핵심인 우리금융그룹 예비입찰 제안서 마감을 일주일 앞두고 당사자들인 래리클레인 외환은행장, 이종휘 우리은행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한은 금융협의회를 계기로 한 자리에 모였다.


최근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감안했는지 행장들은 다소 말을 아꼈다. 래리 클레인 행장은 M&A 상황 진행을 묻는 질문에 시종일관 "노 코멘트"를 연발했고, 김정태 행장도 "상황을 잘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이종휘 행장 역시 하나금융그룹의 외환은행 인수 추진과 관련해서는 "경쟁 입찰은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며 "좀 더 두고봐야 한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민유성 행장은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관심을 밝힌 시점보다 다소 물러서는 입장이었다. 그는 "정부가 (산은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해)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 "그것과 별개로 산은 CEO로서 정부에 의사를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정부에 검토를 요청했고 기다리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의 한 마디가 이런 상황을 정리했다. "(기자들이) 우리 행장님들에게 관심이 많으시네요."


이날 금융협의회에는 지난달 불참한 이백순 행장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검찰조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말수는 적었다. 그는 '21일날 (검찰에) 가는가'라는 질문에 "아직 연락도 못 받았다. 신문을 보고 21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의 징계에 대한 소감을 묻자 표정을 굳히며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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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취에 대해 여러 기자들이 반복해 질문했지만 "드릴 말씀 없다"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는 말로 일관했다.


한편 이날 모인 은행장들은 최근 한은의 금리인상이 '적절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영구 시티은행장은 "(금리인상을) 시장이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고, 민병덕 국민은행장도 "적절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에 대해 "이전에는 금리를 인상하면 시장이 부담을 많이 가졌는데 이번엔 예상했던 바여서 그런지 시장이 안정됐다"고 평가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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