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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남대문은 누가 태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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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소홀 불러오는 위임행정제도
국가·자치사무 구분 책임감 높여야


남대문이 화마로 소실된 지도 수년이 지났다. 이제 곧 중건돼 옛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우리나라 국보 1호 문화재가 관리의 소홀로 없어졌으니 정말 원통한 일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국가의 제도적 잘못으로 인해 관리부실을 초래한 것이 남대문만은 아닐 것이다. 국가의 사무에는 중앙부처가 직접 수행하는 국가사무와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하는 위임사무, 그리고 자치단체 고유의 자치사무가 있다.

문화재청은 지방에 소재하는 문화재의 관리를 각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해 수행하고 있다. 때문에 서울시 중구에 소재하는 남대문은 서울시 중구청이 관리해왔다. 하지만 중구청에 문화재관리를 전담하는 조직이나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없으니 문화재 관리에 관한 법령 등을 제대로 알리 없고 문화재를 소중히 다루는 열정 또한 있겠는가.

그러다 보니 위임받은 지방자치단체는 제한된 예산 아래서 형식적인 관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이마저도 각 지자체에서 순환인사를 하다 보니, 담당자가 알 만하면 다른 부서로 옮겨가는 통에 전문성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가가 각 지방에서 국가사무를 수행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하지 않고 지방행정관청을 두는 경우가 있다. 지방국세청과 세무서, 지방환경청, 지방국토관리청, 지방식약청 등이 그 예이다.

미국, 영국 등은 국가사무, 즉 연방정부 업무를 연방정부가 직접 하거나 각주에 연방행정청을 두어 수행한다. 따라서 각주 정부나 시, 카운티가 연방정부의 위임을 받아 수행하는 일은 없다.

우리나라와 같이 영토가 좁은 나라에서는 각 부처의 사무를 지방에 일일이 위임해서 하지 말고 지방에 넘겨 버릴 일은 과감히 지방의 고유사무로 이양해 버려야 한다. 중앙정부가 꼭 수행해야 할 업무는 각 부처별로 지방행정관청을 세우든가, 큰 지방도시에 종합지방행정청을 두어 시행한다면 전문성도 담보되고 중앙부처의 법령이 말단까지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공무원 수가 많아진다고 걱정하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위임사무를 수행하는 지방공무원수를 줄이고 그만큼 교부금도 줄인다면 가능한 일이 아닐까. 예를 들어 1970년 전남 강진군의 주민수가 11만8000명일 때 군 소속 공무원 수는 185명이었는데, 2010년 주민 수가 4만여명으로 줄었는데도 공무원 수는 567명이나 되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행정이 다원화되면서 중앙정부는 법령마다 각종 새로운 국가사무가 만들어지고 이를 지방에 위임하다보니 군공무원 수는 증가하는데 중앙정부도, 자치단체도 순환인사를 하다 보니 전문성을 가진 공무원은 없으니 무슨 일이 제대로 되겠는가.

행정의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담당공무원이 조금 안다 싶으면 바뀌니 도무지 일을 할 수가 없는 실정이 아닌가.

혹자는 대륙식 지방자치를 하는 우리나라의 실정상 위임행정은 불가피하다고 한다. 하지만 차라리 국가사무와 자치사무를 완전히 구분해 각자의 책임하에 수행하고 세제도 조정해 재원부담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효율적인 지방자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다시는 남대문 화재같은 불상사는 없어야 한다. 그런데도 위임행정의 문제점을 검토를 하고 있다는 소식은 그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도 없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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