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최근 홍콩에서 중국 위안화 또는 위안화 표시 상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달러 페그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가능하지도 않고 이득도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위안화 절상에 대한 기대심리가 증폭되면서 홍콩 은행권의 위안화 예금 잔고는 3분기에 66%이상 증가했다. 물론 위안화 예금 비중이 외국통화 예금의 5.6%, 전체 예금의 2.7%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위안화가 절상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임에 따라 위안화 예금은 당분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달러 페그제 폐지 논의 급부상 =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위안화가 홍콩의 일상적인 경제활동에서 홍콩달러를 대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 바클레이스 캐피탈은 “위안화 예금이 달러에 고정된 홍콩달러의 예금을 몰아내면서, 홍콩정부가 1~2년 안에 달러 페그제를 폐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노무라 증권은 “1~2년안에 달러 페그제가 폐지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환율 시스템의 변화를 원화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이체방크는 “홍콩달러 절상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현재 홍콩달러는 1983년 이래 달러당 약 7.8홍콩달러로 페그돼 있다.


달러 페그제 폐지 주장은 양적완화책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통화정책으로 홍콩에 과도한 유동성이 공급되고 있다는 비판과도 맥이 닿아 있다. 미국은 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장과 위축된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규모로 돈을 찍어내고 있지만, 홍콩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상당수의 시장에서 과열 양상이 나타나는 등 정반대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달러 페그제로 인해 미국의 유동성 공급 정책이 홍콩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것.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홍콩달러의 달러 페그제 폐지는 가능하지도 않고 이득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 위안화, ‘완전태환’되기 전에는 달러 대체 불가능 = WSJ은 홍콩 은행권에서 위안화 예금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홍콩달러에 대한 신뢰 상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홍콩 투자자들은 수익률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외환 표시 자산을 선호하고 있다. 달러뿐만 아니라 호주달러, 유로, 파운드 등의 예금이 은행권 예금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


또한 최근 중국 정부가 금융 규제를 상당부분 완화했음에도 불구, 위안화는 여전히 완전 자유태환에 이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를 결코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홍콩달러가 위안화에 연동될 경우, 홍콩달러 가치가 급락한다면 홍콩정부는 위안화 매각-홍콩달러 매입에 나서야 하지만 중국 정부의 자본 규제 속에서는 이 같은 일이 불가능하다.


1983년 달러 페그제 채택 당시 영국의 홍콩 식민지 정부 자문관 역할을 수행했던 존 그린우드는 “위안화의 자유태환은 수십년이 걸릴 것”이라면서 “중국정부는 달러 페그제 폐지에 앞서 세계 외환 시장에서 위안화의 안정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무역 가중치 바스킷 통화 연동제, 자산 버블만 불러올 것 = 일부에서는 홍콩달러가 싱가포르처럼 무역 가중치를 반영한 바스킷 통화 연동제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다. 홍콩 교역의 절반 가량은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데, 만약 가까운 시일 내에 위안화 절상이 가시화된다면 홍콩달러는 위안화와 함께 급등할 것이기 때문. 골드만삭스는 “홍콩달러가 위안화 절상의 대리자로 전락한다면 핫머니가 대거 유입돼, 결국 자산버블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의 부동산 시장은 중국본토 및 세계 각국의 투기성 자금이 유입되면서 이미 버블 붕괴 우려가 증폭된 상황. WSJ은 “홍콩정부가 바스킷 통화 연동제를 채택하면서 불에 기름을 끼얹는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D

◆ 변동환율제, 시장 변동성만 키운다 = 그렇다면 변동환율제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노먼 찬 홍콩금융관리국 총재는 “변동환율제가 도입되면 유동성 유입이 가속화되면서 환율이 급락할 것”이라면서 “버블이 마침내 붕괴되면 유입된 자금은 급속히 빠져나갈 것이며 환율을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달러 페그제는 홍콩 경제의 주춧돌”이라면서 “달러 페그제를 바꿀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