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길' 만든 회의 주역들
'도전·투쟁' 삶의 DNA 배우자


[박명훈칼럼]G20, 뭔가 다른 그들의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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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하녀의 아들, 가로등 불빛 아래서 공부했던 소년, 16세 여고생의 가녀린 손으로 총을 들었던 게릴라 여전사…. 그런 과거를 딛고 한 나라의 정상에 오른 사람들. 그들이 온다.

평범한 촌부의 일생에도 책 한 권 쓸 만한 사연은 담겨 있기 마련이다. 하물며 한 나라의 정상에 오른 사람들, 지구촌 200개가 넘는 나라 중에서 선택된 20개국 정상들에게 남다른 면모, 뭔가 다른 유전자가 없을 리 없다.


사흘 후면 그들을 서울에서 만난다. 글로벌 경제의 새 판을 짜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다. 청사초롱에 불이 켜졌다. 만찬 건배주도 정해졌다. 거리에는 환영 현수막이 요란하다. 정부는 '국격'을 강조하고 '국민적 참여와 성원'을 당부한다. 국민들은 이쯤에서 혼란스러워진다.

중요한 회의라는데 이의를 달 생각은 없다. 자부심도 생긴다. 그런데 성공을 위해 적극 참여하라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그저 승용차나 집에 놓고 나오면 되는가.


무대는 멀고 나누는 대화는 난해하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에는 쉽게 와 닿지 않는다. G20을 경제올림픽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분명 열광하고 동참하는 올림픽이나 월드컵과는 다르다. 그러니 부디 성공하기만을 바라는 충정만으로 성의를 표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래도 허전하다면 이런 감상법은 어떨까. 그들의 '독특한 DNA'를 한번 검증해보는 일이다.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기에 그 자리에 우뚝 선 것일까.


그렇다. 그들의 이력에는 뭔가 다른 유전자가 엿보인다. '최초'는 그들의 가장 빛나는 유전자다. 최초란 도전과 개척정신의 산물이다. 전인미답의 고독한 길을 헤쳐온 징표다. 여성 정상들을 보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세계 최초 선출직 부부 대통령이자 첫 여성 선출 대통령이다. 줄리아 길러드 호주 총리는 최초 여성 총리 겸 이민자 출신 첫 총리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최초의 여성 총리에 최연소의 2관왕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198년만의 최연소 기록을 세웠으며, 수실로 밤당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첫 직선 대통령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역시 전후 세대 최초이자 이민 2세 출신 첫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젊은 나이로 크렘린의 주인이 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32년 미국 역사상 최초로 인종의 벽을 허물고 당선된 첫 흑인 대통령이다.


불굴의 정신, 투쟁의 역사도 그들의 DNA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길거리에서 땅콩을 팔던 빈농의 아들이었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 만모한 싱 인도 총리 역시 빈민가 출신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4번만에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국회의원도 3번 떨어진 뒤에야 당선됐다.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흑인차별정책에 맞서 무장투쟁한 역전의 용사다.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 역시 반정부 게릴라에 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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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강해 보이는 그들이지만 부드럽고 인간적인 면모도 보인다. 음반을 낸 가수 대통령, 시인 총리, 록밴드에 심취한 정상, 미용사와 동거 중인 미혼 총리에 5번 결혼한 대통령도 있다.


세계를 주름잡는 정상들의 얼굴이 신문방송을 장식 할 때 그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떠올려 보면 G20이 조금은 즐겁고 편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길이 있어서 걸은 게 아니라 스스로 걸어서 길을 만든 사람들. 젊은이들이라면 그들의 삶을 보면서 도전의식이 불끈 솟아오르지는 않을까.


박명훈 주필 pm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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