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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20년 되니 변하네요, 뻔뻔한 승훈씨로!"(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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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20년 되니 변하네요, 뻔뻔한 승훈씨로!"(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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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1990년 대한민국 겨울은 대전에서 온 스물셋 청년의 목소리에 그대로 녹았다. 비음이 섞인 부드럽고 청아한 소리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 '미소 속에 비친 그대'는 그 해 가요 판도를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놓았다.

첫 앨범 판매량 140만장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고 이후 '보이지 않는 사랑' '날 울리지마' '그후로도 오랫동안' '어느 멋진 날' 등 정규 7집까지 연속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정규 10집까지 누적 앨범판매량 1700만장, 정규앨범 10장 모두 골든디스크 선정, '보이지 않는 사랑' 14주 연속 지상파 가요순위 1위 등극 등 그는 아무도 밟지 않은 길을 성큼성큼 걸어가며 모든 기록을 새롭게 썼다.
'발라드 황제' 신승훈. 자신의 멘토인 고 유재하의 3주기에 맞춰 1990년 11월1일 데뷔한 그가 2010년 11월1일로 꼭 20주년을 맞았다.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때로는 고집스럽게, 때로는 유연하게 한 길을 올곧게 걸어온 신승훈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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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신인의 마음이 되다

데뷔 20주년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그는 신인처럼 들떠 있었다. 4시간 동안 지나온 20년을 쉼없이 이야기하면서 "너무 기분좋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이번 20주년을 기념해 후배들과 함께 '20th Anniversary' 앨범을 냈다.

CD1엔 신승훈이 다시 부른 명곡 13곡이, CD2엔 이루마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한 신곡 '유 아 소 뷰티풀(You are so beautiful)'을 비롯해 후배들이 그들만의 스타일로 신승훈의 곡을 새롭게 부른 7곡이 실려있다. 싸이와 다비치, 슈프림팀, 나비, 알리, 탐탐 등이 함께 했다.
신승훈의 곡을 후배들이 부르는 의미는 남다르다. 자신의 곡 대부분을 직접 쓰기로 유명한 신승훈은 이제껏 한번도 자신의 곡을 후배들에게 준 적이 없다. 하다못해 '보이지 않는 사랑'은 리메이크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난 누가 내 곡을 구부리고 훼손하는 게 싫었어요. 사람들이 머라이어 캐리의 '위다웃 유'를 오리지널로 알고 있는 게 싫더라고요. 그리고 한 앨범에 12곡이 들어가면 전 열두번째 곡까지 온 정성을 기울여야 해요. 그러니 다른 누구한테 줄 곡이 없었던 거죠. 하지만 이번에 후배들과 작업하면서, 와, 이런 희열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갖고 있는 곡, 한 500곡 정도 있는데 다 풀어버리기로 했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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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나의 천직, 후회한 적 없다

소년 신승훈이 처음 음악에 관심을 가진 건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같은 반 모범생이 '월간팝송'을 읽고 있는 모습이 그의 눈을 번쩍 뜨게 했다. 그 친구와 빌보드 차트 1위~100위까지 가수를 외우는 내기를 하면서 음악에 빠졌고 중학교 2년 때 아버지가 사주신 기타를 갖고 독학으로 코드를 익히면서 '음악에 미치게' 됐다.

그리고 대학 때 대전 지역 카페에서 이름을 날리다 서울에서 1집을 내고 대박을 쳤다. 2집 '보이지 않는 사랑'을 썼을 때는 '천재 작곡가'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가요계의 기록이란 기록은 다 깼고, 1위도 질릴 만큼 해봤다. 하지만 4집에서 5집으로 넘어가던 순간 그는 3개월간 음악과 절연한다.

"4집까지 100만장 넘게 팔리니까 이제 뭘 해야할 지 모르겠는 거에요.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하니까. 아, 이러다 내가 매너리즘에 빠지겠구나 두려워지기도 하고. 그래서 백수의 끝을 봤어요. 음악도 듣지 않고 아무 것도 안했어요. 머리를 완전히 비운 뒤에 다시 건반 가까이 가기 시작했죠. 그때 (김)종서랑 미국 여행 가서 어느 주차장에 내리는 순간 머리에 떠오른 멜로디를 녹음기에 담은 게 '나보다 조금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이죠."

신승훈은 지금도 녹음기 4개를 항상 들고 다닌다. 신인 때 구형 녹음기에서부터 시작된 습관이다. 멜로디가 떠오르면 곧바로 녹음 버튼을 눌러 흥얼댄다. "그렇게 극성 안떨면 좋은 노래를 만들지 못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어제도 하나 썼어"하며 스마트폰 내장 녹음기를 켜 들려준다. 앞으로 나올 11집의 절반은 벌써 이 안에 다 들어있다고, 또 신인처럼 행복한 얼굴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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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었다 또 걷는다.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20주년이라는 게 컸나 봐요. 인간 신승훈과 가수 신승훈이 합쳐져서 뻔뻔해졌어요.(웃음) 누구한테 부탁하는 거 못하는 성격인데, 내가 막 나서서 (이)문세 형한테 축하멘트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더라니까, 하하."

그래선지 벌써 예능프로그램 KBS2 '승승장구' 녹화를 마쳤고 MBC '놀러와'에도 출연한다. "넋두리를 하고 싶었나봐"라며 소년처럼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20주년. 앞으로 걸어갈 또다른 20년, 30년이 궁금해졌다.

"20주년 소감이라. 너무 바빠 감회에 젖을 새가 없어요. 그늘에서 잠깐 쉬고 또 20년을 가야하거든. 주책이라고 할 지도 모르지만 요즘 나오는 후배들과 경쟁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는 마인드가 강해요. 난 대중가수이기 때문에 트렌드 놓치면 절대 안되거든. 언제까지 할 거냐고요? 음, 대중들이 좋아할 수 있을 때까지만. '내 목소리 나올 때까지 할래요' 이건 아닌 거같아. 호흡 딸리고 음정 안올라갈 때까지 할 생각 없어요. 엘튼 존이나 스티비 원더는 지금 노래 불러도 너무 좋잖아. 그렇게 대중들의 사랑 받을 때까지만 할래요."

데뷔 30주년, 40주년에도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신인처럼 해사한 웃음을 지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을 것만 같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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