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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김대중의 ‘예언’(豫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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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원의 여의도프리즘] # 민족대표가 모여 3.1독립선언문을 낭독한 태화관은 세종로에 있던 최초의 궁중요리 전문점인 명월관의 분점이었다. 태화관 터는 원래 매국노 이완용의 별장자리였으니 묘한 아이러니다.

1925년 4월 17일 제1차 조선공산당이 극비리에 결성된 장소도 당시 장안 최고 청요리집인 아서원이었다. 또 자유당 2인자였던 이기붕이 해방 전 국일관에서 4년 정도 지배인을 지내는 등 정치인과 고급 사교장의 인연은 의외로 두텁다.
23년 전 이맘때인 1987년 늦가을, 김대중과 김영삼은 서울 남산에 있던 고급 레스토랑인 ‘외교구락부’에 나타났다.

은은한 샹들리에 조명아래 마주한 두 야당 지도자의 회동결과에 야당의 집권을 바라던 70%가량의 국민이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그러나 이날 담판 이후 두 정치인은 다시는 외교구락부에 오지 않았고, 두 달 뒤 분열된 양김에 표를 던졌던 지지자들은 엄청난 분노와 허탈감을 오랫동안 이겨내야 했다. 이후 역사가 어떤 궤적을 그렸는지는 생각만 해도 씁쓸하다.
양김은 12월 들어 패배의 냄새를 맡고 있었다. 선거를 앞두고 미국에서 귀국한 언론인 김경재, 정동채 등이 동교동을 찾아가 ‘선생님 이대로 가면 노태우 후보가 당선됩니다. 지금이라도 단일화 협상을 재개해야 되지 않습니까’라고 호소했다.

돌아온 답변은 ‘투- 레이트(너무 늦었어)’였다.

# 외교구락부 단일화 협상 당시 ‘동교동’을 전담 마크하던 동아일보 기자 이낙연은 주차장에 대기하던 DJ의 차에 미리 타고 있었다. 전용차 기사와 친하게 지낸 덕이었다.

귀가하던 DJ는 이 기자에게 자신이 양보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로 이른바 ‘지역문제’도 꼽았다. 그리곤 “내가 물러서면 앞으로 25년간 호남에서 인물(대통령 감)이 나올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덧붙인다.

이낙연은 15년도 아니고 20년도 아닌, 분명 25년이라고 한 그의 말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한다.

그의 이 발언이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과 함께 DJ가 나서면 반드시 이긴다는 소위 ‘4자필승론’을 위한 변명이었는지, 아니면 정치 9단 나름의 혜안에서 비롯된 일종의 예언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가 얘기한 2012년은 코앞으로 다가왔고, 어쨌든 호남출신 정치인 가운데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는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다.

호남은 영남과 함께 지난 23년간 대부분 특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었다. 물론 이 같은 비정상이 지역 정치인들의 탓은 아니다.

그러나 그 분들이 당선에 유리한 기존의 정치지형을 유지 확대시키는데 상당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며, 동시에 자신들의 전국적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도 초래했다. 역시 ‘공짜점심’은 없는 법이다.

# 이회창과 노무현이 겨뤘던 2002년 대선 때 ‘찢어진 민주당 깃발...’이라는 연설로 야권 지지자들의 피를 끓게 했던 문성근이 오는 13일 공주 우금치에서 다시 서울로의 진격을 시도한다.

목표는 한나라당이 아닌 야당 당사들이다. 총선과 대선이 있는 2012년까지 야권 단일정당을 만들자며 ‘100만 민란’ 운동을 벌이는 그다.

30만 명의 동학군이 일본군과 관군에 맞서 최후의 전투를 벌이다 불과 수천 명만 살아남았다는 핏빛 땅 우금치. 회원 2만 명이 횃불을 들고 집체극을 벌이는데, 그는 아예 횃불 대신 낫을 들고 나갈 참이란다.

1987년 대통령선거에서 평민당 김대중 후보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이끌었던 문익환 목사의 아들인 그가 외친다. “민주당 당헌·당규를 유지하면 의원 될 가능성 높고, 시민에게 넘기면 불안한 자는 50명 정도밖에 안 돼. 그 50명 때문에 역사발전 못한다? 한번 붙어보자고!”

다 그런 건 아니겠으나 대선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기득권만 지키려는 지역의원들이 적지 않다는 게 야 성향 유권자들의 시각이다. 광주 서구청장 선거결과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호랑이도 강한 새끼만 거둬들인다.



광남일보 국장 dw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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