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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MB교육·곽노현 모두 마찬가지.. 교육은 더디게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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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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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비애를 느낍니다. 왜 우리는 자부심을 가질 수 없습니까? 한국 교육 60년을 만든 사람들이 교사들 아닙니까? 왜 지금 교사들에게는 채찍질 밖에 없습니까? 진보 교육감들은 왜 학생을 어루만지듯이 교사들을 끌어안을 수 없습니까?"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서 만난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거침이 없었다. 인터뷰 초반, 질문의 깊이를 가늠하더니 단순한 대담이 아니라 열띤 토론을 자처했다. 오전 10시40분에 시작된 토론은 점심시간을 완전히 넘기고 오후 1시가 되서야 끝났다.
이날 안 회장은 "비애를 느낀다"고 털어놨다. 지금 교사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채찍질 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그는 "교사가 원하는 당근은 돈이 아니라 자긍심과 명예"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 앞에서 발가벗겨지는 형태의 교원평가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안 회장은 "무상급식은 무책임 교육"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을 위해 쓸 돈 한푼 한푼이 아쉬운 상황에 교육과 무관한 문제에 예산을 쓸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MB교육과 곽노현 교육은 급하다는 점에서 마찬가지이며 교육은 원래 더딘 것이라고 말한 그는 스스로를 교육의 본질주의자로 규정짓기도 했다.

- 교원평가 문제를 짚지 않을 수 없다.
▲ 한국의 교육열. 그 배경에는 교육자들의 열정이 있었다. 학부모의 교육열도 있었지만 교사의 열정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교사에게는 채찍만 취두르고 있다. 교사 개혁 없이 교육 개혁 없다지만 비애를 느낀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진보교육감들 모두 학부모와 학생 중심의 교원평가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작은 잘못을 잡아내기 위해 교사들 모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교사들도 이제 포기단계에 왔다. 교사를 등돌리게 하는 개혁은 성공한 사례가 없다.

- 어떤 방식으로 가야 하나.

▲ 자기능력개발 평가로 바뀌어야 한다. 교사의 사고과정이 중요하다. 이 사고 과정을 계발하는 중요한 방법이 자기 능력 평가다. 예를 들면 교사가 반성적 일지를 쓴다. 매일의 수업을 항목별로 상세히 기록한다. 그러면 수업의 전 과정이 복기된다. 그 자체가 자기 능력이 향상되는 중요한 과정이다. 내가 어떻게 했나를 돌이켜보면서 질적인 평가가 이루어진다. 이 자료를 동료가 볼 수도 있고 교장이 볼 수도 있고 극단적으로는 학부모가 볼 수도 있다.

- '채찍'을 얘기했는데 '당근'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 돈 많이 달라는 게 아니다. 교사의 당근은 '예우'라고 생각한다. 자존심을 세워줘야 학생들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다. 평가도 해야하고 평가가 자극도 줘야한다. 하지만 그런 자극이 교실 안에서 이루어져서는 곤란하다. 교사는 학생들 앞에 서야하는 사람이다.

- 무상급식은 '반대운동'까지 벌이겠다고 하셨다.

▲ 이제 교육의 문제를 넘어서 정치의 문제가 된 것 같다. 무상급식은 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 물론 잘 먹어야 공부도 잘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상급식이 결코 교육 내부의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먹는 문제라는 밖의 문제를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 자체로 해결하면 좋겠는데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예산을 교육 밖의 문제가 빼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주객이 뒤바뀐 셈이다. 시 의회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좋겠는데 눈치만 본다. 포퓰리즘 때문에 사서ㆍ상담 교사 채용 등 교육본질을 챙기지 못하고 밥값으로 교육예산이 다 축나고 있다. '아이들 밥을 학교에서 먹일 것인지 집에서 먹일 것인지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다. 결국 교육을 정치로 끌어들였다. 이런 이슈로 선거에서 재미를 보고 이제 보수교육감들까지 동조하고 있다. 너무 무책임하다. 선거를 위해 진보교육감들이 교육전문가로서의 양식을 저버렸다. 그래서 불행하다.

- 역풍이 만만치 않은 화두다.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하나.

▲ 물은 엎지르면 주워 담을 수가 없다. 정책을 냈으니까 액션, 제스쳐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6개월 정도 뒤엔 거둬들여야 한다. 앞으로 급식비용이 올라가면 무상급식 비용을 무한정 늘려나갈 수 있겠나. 급식지원 받는 아이들의 상처를 거론하는데 행정적으로 몰래 주면 해결될 문제다. 실제로 가능하다. 궁색한 핑계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 법 앞에서 교육이 묻히는 부분이 있다. 체벌 문제는 어떻게 보나.
▲ 교육적인 체벌도 있다. 다수의 일탈하는 학생들을 생각해보자. 학부모 소환하는 것이 더 비민주적일 수 있다. 사회의 법 논리와 같다. 학교의 법은 학칙이다. 기분대로만하면 교육이 안 된다. 자기 기분대로 사는 사람들이 범법자가 된다.

- 지금까지 나온 기사와 오늘 얘기 모두 마찬가지다. 교총은 지금 반MB거나 반곽노현의 구도다. 외톨이처럼 보이는데 어떤 깃발을 내걸고 싶은 건가.

▲ 민감한 사안에 대해 발언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조금 있었다.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교과부와 지방교육청, 교과부와 진보교육감, 보수교육감과 진보교육감을 조율하는 코디네이터 역할. 이와 관련해 협의기구를 마련하기로 하고 교과부와 협의 중이다. 교총이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서 충격파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겠다. 교총이 대등한 정책 파트너로 인정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자신 있다.

- 평소에 진보주의에 대항해 본질주의를 얘기하고 있다.

▲ 그렇다. 진보가 모든 것을 담보하고 있지 않다. 사회발전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교육은 본질을 염두에 두면서 더뎌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주호 장관 중심의 MB교육도 한 축은 진보주의다. MB교육은 우파지향적 진보주의고 곽노현교육감은 좌파지향적 진보주의. 모두 다 앞으로 나아가려고만 한다. 진보주의? 사실 쉽다. 과거는 다 놔두고 새로운 아이템만 던지면 된다. 하지만 무책임하다. 교육의 역사가 앞으로 나가기만 하면 될까. 성찰이 필요하다. 60년이 된 우리 교육, 다시 앞으로 나가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 입학사정관제는 어떻게 보나.

▲ 전제는 양과 질을 함께 균형있게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단 점이다. 정량 평가의 대명사 수능이 고교 교육 정상화 저해의 주범이었다. 학원 다니기도 힘든데 수능에 나오지도 않는 과목들 공부하려니 학교에선 잠잘 수 밖에 없다. 수능은 문제은행식으로 바꾸고 전문대는 수능으로 기초능력만 테스트를 하고 서울대는 수능 20%만 반영하고 입학사정관제로 정성적ㆍ질적평가를 해야한다. 해석능력을 갖췄나, 창조성을 갖고 있느냐 평가하는 것이다. 수능이 어려워진 건 그런 부분을 평가하려고 하는 건데 5지선다형으로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하면서 부작용만 커졌다. 고도의 안목을 가진 입학사정관이 준비돼야 한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고 본다.

- 공정한 교육이 화두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 어느 나라 못지 않게 공정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입학사정관제에 의문을 제기하는데 '공정'과 '평등'은 다르다. 공정한 제도와 그렇지 않은 제도가 있는 것이 아니고 입학사정관제도가 공정한 제도가 되려면 어떤 요건이 필요한지 그런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2~3개월만에, 또 1~2년만에 어떻게든 부각시키려는 조급증이 강하다. 교육은 그런 조급함으로 접근해서는 어렵다.

- 취임 100일을 앞두고 있다. 3년 후에 이 부분만은 꼭 봐줬으면 하는게 있나.

▲ 내가 지나온 궤적을 본다면 분명히 바뀌어 있을 거다. 거미가 자기 몸을 던져서 새 생명을 태어나게 하듯이 나를 버리겠다는 마음으로 일 하겠다. 교사들이 요즘 기댈 데가 없다. 교사의 이익이 아니라 정당한 권리를 위해 노력하겠다.

대담 = 황석연 교육전문기자 ㆍ교육문화팀장
정리 = 김도형 기자 kuerten@
사진 = 윤동주 기자 doso7@



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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