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쓸고간 자리 쓰레기 산더미
숨은 가치찾는 재활용 지혜를
[조미나 IGM(세계경영연구원) 상무] 지난 9월 초 전국을 휩쓸었던 태풍 곤파스의 후처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나 보다. 태풍이 지나간 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은 뿌리째 뽑혀진 가로수들로 처치곤란이다. 서울에서만 하룻밤 새 못쓰게 된 가로수가 8000여그루나 된다니 그 처리가 만만찮을 것이다. 어디 가로수뿐인가. 무너진 담벼락에서 나온 돌덩이들, 산에서 흘러내린 토사, 흙탕물이 튀어 못쓰게 된 이불이며 각종 세간들…. 이런 것들이 모두 쓰레기로 버려진다. 기껏해야 무게를 달아 사가는 고물상의 몫이다. 비단 태풍 때만 그런가. 이사 갈 때, 새 집을 지을 때 나오는 쓰레기들 중에도 버리기 아까운 것들이 많다. 멀쩡한 유리창이나 문짝, 망가지긴 했으나 원단이 좋은 가죽소파 등을 그냥 내버리자니 영 찜찜하다. "분명히 어디선가는 요긴하게 쓰일 수도 있을텐데…"라는 생각은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예부터 중매를 잘 서면 술이 석 잔이라고 했다. 사람만 중매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오갈 데 없는 쓰레기들을 갖고 중매를 서주고 돈을 버는 기업이 있다. 리사이클매치라는 기업이 그 주인공. 일종의 쓰레기 중개상이다. 공급자는 버리기 아까운 쓰레기를 리사이클매치가 만들어 놓은 인터넷 장터에 올린다. 수요자는 다른 데서는 구하기도 어렵고 비싸기도 한 물품을 이 인터넷 장터에서 사간다. 기존의 재활용센터나 중고상점과 차이점이 없지 않느냐고? 바로 제품의 상태다. 재활용센터의 중고품들은 낡았다 뿐이지 본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 '멀쩡'해야 한다. 하지만 리사이클매치의 물품들은 정말 말 그대로 '쓰레기'여도 상관이 없다.
가령 한 건축업자가 건물 철거 전에 유리창을 수거했다고 하자. 창틀도 없고 가운데 구멍도 나 있다. 그냥 쓰레기다. 그런데 지구 반대편에는 예술 작품을 위해 조각난 유리가 필요한 미술가가 있다. 멀쩡한 유리를 비싸게 주고 사서 깨부수자니 돈이 아깝다. 리사이클매치는 이 두 사람을 연결시켜 준다. 모든 거래가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니 간편하고, 거리의 장벽도 없다. 공급자는 버리느니 푼돈이라도 생기니 좋고 수요자는 싼 가격에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어 대만족이다. 리사이클매치는 큰 어려움 없이 수수료 수입을 챙긴다. 지구 환경적으로도 큰 이익이다. 이름하여 일석사조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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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는 적게 배출할수록 좋다. 그러나 인류 문명이 발달하고 생활이 복잡해질수록 쓰레기양은 비례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무조건 줄이는 것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배출된 쓰레기의 재활용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재활용(리사이클)에도 급이 있다. 원래보다 가치가 더 높아졌느냐 아니면 낮아졌느냐에 따라 업사이클과 다운사이클로 나뉜다. 기존의 재활용은 다운사이클인 경우가 많다. 각종 패트병을 모아 한데 섞어서 패트병보다 질낮은 프라스틱을 만드는 게 고작이다. 그러나 쓰레기 중개상 리사이클매치의 방식은 업사이클이다. 깨진 유리창이 멋진 미술작품이 됐으니 재활용을 통해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태풍으로 뽑힌 가로수 얘기로 돌아가 보자. 가로수로 쓰이는 수목은 가구나 목재용으로 쓰기는 어렵다. 그래서 소각해버리는 것이 최선이란다. 아직까지 소각하지 못해 방치해 놓은 곳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어디선가는 소각보다 더 큰 가치로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리사이클 매치와 같은 쓰레기 중개를 지자체가 해보면 어떨까?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닌데 효과는 정말 클 것이다. 지자체는 일단 쓰레기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될 시민들도 만족스럽다. 그리고 나아가 지구도 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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