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추석폭우’ 피해 주민들이 정부의 관료주의적 사고방식으로 또다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특별재난지역 선정 ‘기준’을 운운하며 복구대책 마련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한 민주당 의원은 행안부 장관으로부터 “2~3일내로 조치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하지만 폭우가 발생한 지 일주일 동안 마련된 것은 지원금과 세제지원에 불과하다.
첫 번째 문제는 까다로운 규정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되려면 일반 지역의 피해규모보다 2.5배 이상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해야한다. 각각의 자치구가 지정되려면 자체 예산이 800억원이 넘는 경우에는 총 피해액이 95억원을 넘어야 한다.
결국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돼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하루빨리 복구될 수 있는 방안이 구시대적인 기준과 판단으로 늦춰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현재 서울시내의 한 자치구에서는 지난번 폭우로 발생한 피해액을 집계하는데 인력을 집중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피해건수가 늘고 조금이라도 재산손해가 더 발생해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규정도 문제지만 선정이 미뤄지고 있는 이유에 “서울에서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된 전례가 없어서… ”라고 대답하는 관계기관의 태도도 논란거리다. 2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상황에서 ‘전례’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선정이 힘들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폭우가 내린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도 중앙재해대책본부 상황실을 방문해 “기존의 시설로 대응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수년전에 발생한 피해규모는 지금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어제 저녁 소방방재청도 비슷한 발표를 했다. 지금의 시설로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전제를 세우고 방재기준을 최대치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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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특별재난지역 선정의 기준도 바뀌어야한다. 바뀌지 않더라도 이런 사태가 또 다시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비상사태에 적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인명피해 2명, 이재민 1만9479명 발생, 1만6498가구 침수피해. 지난 21일 찾아온 ‘추석폭우’가 남기고 간 상처다. 피해액이 얼마가 넘어야한다는 객관적인 기준보다 모두가 즐겁게 보내야할 민족 대명절에 재해를 겪은 시민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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