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앞둔 한국, IMF에 뜨거운 구애
금융안전망·쿼터 개혁 등 핵심이슈 맞물려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11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정부는 이미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추석 연휴 중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요국과 의제를 조율하고, 다음 달 경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마무리 작업을 벌이면 곧 무대가 열린다. 'G20에 올인(All in)'을 선언한 정부가 가장 공들이는 의제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련 이슈들이다. 서울 G20정상회의의 성패를 가를 현안들이 모두 IMF와 맞물려 있다.
◆금융안전망 돈줄 쥔 IMF=정부는 11월 서울 정상회의에서 '코리아 이니셔티브'를 내놓기 위해 부심 중이다. 알맹이는 글로벌 금융안전망(FSN) 구축과 개발 격차 해소. 한국이 제안한 금융안전망 구축은 급격한 외환유출입 가능성 때문에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유지해야 하는 신흥국들의 사정을 반영한 구상이다.
우리 정부는 각 국이 한계 계층 붕괴를 막기 위해 사회안전망을 두듯 세계 경제에도 최후의 보루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면서 금융위기 재발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금융안전망 구축의 핵심은 결국 자금 마련이다. 돈줄을 쥔 IMF의 '오케이 사인'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IMF에 지분(쿼터·IMF에 대한 출자금)이 많은 미국(1위·17.7%)과 일본(2위·6.56%), 독일(3위·6.11%), 프랑스(4위·4.51%) 등 주요 선진국들을 움직여야 한다. 문제는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이나 자국 통화가 국제결재 수단으로 쓰이는 선진국들에겐 금융안전망 구축이 좀체 와닿지 않는 이슈라는 점이다.
재정부 신제윤 차관보는 최근 "금융안전망 구축의 요체는 IMF의 자금 지원"이라며 "11월 서울 회의 때 이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공식, 비공식 루트를 통해 IMF에 강력한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선진국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은 게 문제지만, 희망은 엿보인다.
IMF는 지난 달 30일(현지시각) 이사회를 열고 위기 예방을 위한 자금지원제도를 손질했다. 우선 탄력대출제도(FCL·경제위기 발생 전 미리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의 한도를 없애고 인출 기한을 연장했다. 이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예방대출제도(PCL)도 신설했다. 탄력대출 요건은 안되지만, 유동성 위기에 미리 대응하려는 나라들이 안전판 삼을 수 있는 장치다. 종전에는 심사 요건이 까다로워 대출받을 수 있는 나라가 제한적이었다.
◆IMF 쿼터 개혁 '가시밭 길' =서울 정상회의에서 방점을 찍어야 할 또 다른 이슈는 IMF 쿼터·지배구조 개혁이다. 11월이 시한인 이 문제는 정치·경제적 휘발성이 커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IMF 쿼터·지배구조 개혁은 금융위기 원년인 2008년 11월 워싱턴 정상회의 때부터 논의됐다. IMF의 쿼터와 지배구조에 회원국들, 특히 신흥국의 달라진 경제 위상이 반영돼야 한다는 고민에서 출발한 이슈다. 2004년을 기점으로 세계 경제에서 신흥국과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가 차지하는 비중(GDP)이 급증했는데도 IMF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시발점이다.
G20 정상들도 여기에 공감했다. 2009년 4월 런던 회의는 IMF의 쿼터·지배구조 개혁 시한을 2013년 1월에서 2011년 1월로 앞당겼다. 5년에 한 번 이뤄지는 IMF 쿼터 재평가 주기를 2년 단축했다. 그 해 9월 피츠버그 회의에서는 'IMF 쿼터의 최소 5%를 과다대표국에서 과소대표국(신흥국)으로 이전하자'는 데까지 합의를 봤다.
올해 4월 워싱턴에서 열린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선 일정이 더 앞당겨졌다. 당초 내년 1월 1일이던 IMF 쿼터·지배구조 개혁 시한을 두 달 당겨 11월 서울 정상회의까지로 잡았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서울 정상회의가 거둔 큰 성과로 남겠지만, 낙관하긴 이르다.
일례로 '과다대표국'과 '과소대표국'에 대한 정의부터가 명확지 않다. 피츠버그 회의 정상선언문은 "강력한 신흥 시장과 개발도상국(dynamic emerging markets and developing countries)으로 쿼터가 이전돼야 한다"는 문구와 "과다대표국(over-repregented)'에서 '과소대표국(under-repregented)으로 쿼터가 이전돼야 한다"는 표현을 함께 썼다. 해석에 따라 선진국 가운데 과소대표국, 경제력 대비 과다 쿼터를 갖고 있는 신흥국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김용범 국제금융시스템개혁국장은 최근 "쿼터 개혁은 가장 관심이 높고 상징성이 큰 데다 G20 비회원국들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제여서 기득권을 가진 쪽에서 양보를 얻어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쿼터 개혁에 비해 지배구조 개혁은 비교적 다루기 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非유럽권에서 총재가 나올 수 있게 총재선출방식을 바꾸는 문제 등이 여기 해당된다.
이처럼 서울 정상회의 앞에는 장애물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G20 정상들이 약속한 것 중 지켜지지 않은 것은 없었다"며 "IMF 쿼터와 지배구조 개혁은 어떤 방식으로든 조율이 이뤄질 것이고, 금융안전망 구축 구상에도 상당 부분 진전을 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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