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들 목에 힘… 변수는 남아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눈 앞이 캄캄했는데 감개무량하다. 지난 2년을 돌아보면, 실물분야에서는 중국 경기 등이 되살아나 분위기가 좋아졌다. 중ㆍ미ㆍ일과 협조해 통화 스와프를 성사시키며 금융시장이 안정됐다. 하지만 하늘만 바라봐야 하는 '천수답' 같은 신세는 여전하다. 제도적 취약점 때문이다. 그래서 국제금융안전망(FSN)이 중요하다."


15일로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투자은행(IB) 리먼 브러더스 파산 2년을 맞는다. 200자로 줄인 기획재정부 신제윤 차관보의 '금융위기 체험기'가 지난 2년의 분위기를 여과없이 전하는듯 하다. 외국환평형기 금채권(외평채) 발행 실패와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까지 최전선에서 천당과 지옥을 넘나든 신 차관보는 한국의 사정이 '감개무량'하다면서도 신흥국들은 여전히 '천수답 신세'라고 지적했다. 연간 5.8% 성장 전망을 내놓고 저환율에 신경을 쓰는 배부른 처지가 됐지만, 대외 불확실성 속 높은 대외의존도가 걱정거리인 신흥국가들의 입장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2008년 9월 15.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의 파산은 세계 경제의 상식을 바꿔놨다. 빚을 내 돈을 굴려온 금융가의 허수(虛數) 경제가 맥없이 무너졌다. '월스트리트(금융권)에 좋은 것은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에도 좋다'던 공식이 완전히 뒤집혔다.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에 기대며 성장세를 구가하던 세계경제가 갑자기 혹한기에 접어든 꼴이다.


대외의존도(28.2%ㆍ한국은행 '2005년 산업연관표 작성결과')가 높고, 무역에 기대는 비율이 92%(2009년 현재)에 이르는 한국은 특히 직격탄을 맞았다. 리먼 파산 소식이 전해 진 다음 날. 코스피지수는 90.17포인트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50.9원 급등해 10년 새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2008년 4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대비 -3.3%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돈을 거둬들였고, 외화자금시장에선 '돈맥경화'라는 씁쓸한 조어가 유행을 탔다.

리먼 파산 꼭 한 주 전 외신들이 앞다퉈 다루던 '한국 경제 9월 위기설'에 종지부를 찍겠다며 1조원 규모 외평채 발행에 나섰던 재정부는 빈 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바닥을 알 수 없는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 시장에서는 한국이 10년 만에 다시 국제통화기금(IMF)에 돈을 꾸는 신세가 될지 모른다는 루머가 퍼졌다.


그리고 2년. 한국 경제는 올해 1분기 8.1%, 2분기 7.2% 성장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경기 회복 우등생으로 꼽힌다. 정부의 성장 전망에도 자신감이 붙고 있다. 올해 성장률을 공식적으로는 5.8%, 내심 6.0% 이상 내다보고 있다. 보수적인 전망치를 내놓는 IMF도 여기에 힘을 싣는다.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5.75%에서 6.1%로 올렸다.


그 사이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힘은 선진 7개국(G7)에서 한국을 포함한 주요 20개국(G20)으로 넘어왔다.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들이 세계 경기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괄목할 대목은 중국의 성장이다. 중국은 2분기 중 1조3369억 달러 규모의 성장을 이뤄 일본(1조2883억 달러)을 제치고 G2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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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들은 빠르게 위기 이전의 성장 속도를 회복했지만 선진국들은 장기간 낮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남아있다. 고성장을 거듭해온 중국의 경제지표들이 2분기 이후 주춤하고 있는데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경제 회복이 더딘 탓이다.


오바마 대통령을 이를 두고 "경제 회복이 고통스러울만큼 더디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여기에 금리 인상에 나선 신흥국들의 가계 빚, 남유럽을 중심으로 한 일부 국가들의 재정적자 문제도 변수로 남아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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