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론은 신용등급 6~10등급의 저신용 저소득 서민의 생활자금으로 최대 1000만원을 평균 13% 금리로 빌려 주는 서민전용대출상품이다. 지난달 26일 출시된 지 1달 만에 대출실적이 4000억원을 돌파하며 서민금융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30만원 이자가 7만3천원으로"…저소득 서민 구했다
#자동차 부품공장 경영관리자금 담당으로 일하고 있는 회사원 이경희(가명,여)씨는 9월이면 첫 아이의 엄마가 되는 예비엄마다.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생활비가 급해 고금리 사금융에 손을 벌렸고, 매월 이자만 30만원씩 물게 됐다. 그러다 우연히 TV에서 본 '햇살론' 광고가 그녀의 인생을 180도 바꿨다. 햇살론 대출금으로 고금리 캐피털을 상환하자 이자로 나가는 돈이 월 30만원에서 7만원으로 줄었다. 이씨는 "이렇게 좋은 상품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햇살론에 감사를 표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6일 현재 햇살론 대출 누적액은 4267억원에 달한다. 약 4만9082명이 대출을 받았다. 영업일수(24일)로만 따지면 하루에 178억원씩, 2045명이 대출을 받은 셈이 된다.
햇살론은 대출자들의 금융부담을 직·간접적으로 줄여 주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된다. 햇살론의 등장으로 저신용층이 직접 저리로 긴급생활자금을 대출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는 캐피탈업계와 저축은행 대출금리 인하에도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저축은행권에서는 솔로몬, 현대스위스 등이 대출금리를 내렸고, 러시앤캐시, 현대캐피탈, 롯데캐피탈 등의 대부업체도 최고 대출금리를 일제히 인하했다.
◇고소득자 버젓이 대출, 중복대출 우려도
#상호금융기관에서 햇살론 대출을 맡고 있는 행원 A씨는 어느날 대출자 서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연봉이 수천만원대에 이르는 보험설계사가 대출을 신청해 온 것. 소득수준은 높지만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요건에 부합했지만, 햇살론의 취지와 맞지 않는 고객이라 A씨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돌려보낼 수 있는 구실도 없어 결국 긴급생계자금 1000만원을 대출해 주고 말았다.
햇살론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단순한 대출 조건으로 인해 수혜자의 범위가 넓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악용한 사례가 하나 둘 나오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 상호금융업계의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고소득 저신용자들의 대출이다. 현재 햇살론은 ▲연소득 2000만원 이사의 저소득자 ▲6~10등급 사이의 저신용자 두 조건 중 하나만 충족하면 대출이 가능하다. 연봉 1억원의 고소득자라도 등급이 낮으면 대출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런 제도상의 허점을 노린 도덕적 해이 현상이 일부 대출자들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한 현직 보험설계사는 "보험설계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방법"이라며 "보험설계사 뿐 아니라 자영업자나 자기 사업체를 가진 사람들에게 모두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극히 일부의 사례일 뿐 일반적인 사항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미 햇살론 대출기관들은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해 논의를 거치고, 연소득 5000만원 이상은 햇살론 대출을 금지토록 하는 방침을 금융위에 건의했다.
중복대출을 걸러낼 수 있는 여신심사 시스템도 미비한 상태다. 이 관계자는 "(타 은행권과)시스템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 보니 미소금융이나 은행권, 캐피털에서 받은 대출 규모를 바로 확인할 수 없다"며 "중복대출이 있어도 사실상 그냥 대출을 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장 대출인력이 부족해 햇살론 대출기관 직원들은 매번 초과근무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 상호금융기관 관계자는 "아직 시행단계라 여전히 업무에 부하가 많이 걸린다"며 "대출을 위해서는 충분한 상담을 해야 하다 보니 업무량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전문 대출 인력이 확충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대출 시스템의 부실을 불러올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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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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