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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종교 이유 '집총거부' 의문사 국가배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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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국가가 권리행사를 불가능 또는 곤란하게 했다면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집총을 거부했다가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해 숨진 군인에 대해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고등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2부(조인호 부장판사)는 집총을 거부했다가 가혹행위를 당하고 숨진 정모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국가는 정씨 유족에게 1억67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 소속 군인들은 방위 교육훈련을 받으려 입소한 정씨에게 구타 등 가혹행위를 했고, 소속 부대 관계자는 정씨에 대한 가혹행위를 막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치료를 받지도 못하게끔 무단 방치했다"면서 "이들은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정씨와 정씨 유족에게 손해를 입게 했으므로 국가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이 지나면 시효가 소멸하므로 1976년 사망한 정씨에 대해 정씨 유족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는 국가 주장에 관해 재판부는 "채무자인 국가 및 소속 군인들은 정씨가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을 은폐하려 하는 등 정씨 유족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했으므로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고 했다.

1976년 해군 방위교육대에 입대한 정씨는 여호와의 증인 신자로서 그 교리에 따라 집총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했고, 훈련을 마친 1976년 귀가해 피를 토하다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당시 군부대 측은 정씨에 대한 부검을 실시한 뒤 '망인이 병사하였다'고 최종 결론을 냈으나, 2006년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정씨는 신병교육대에서 6주간 극심한 가혹행위를 당했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숨졌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정씨 유족은 "국가가 32년이나 진실을 밝히지 않은 채 사실을 은폐함으로써 물적ㆍ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금 3억여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되지만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가 소멸했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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