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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남편에게 살충제 먹인 아내 이혼청구 받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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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법원이 남편의 폭언과 폭행, 지나친 구속에 시달리다 홧김에 남편에게 살충제를 먹인 아내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였다.

서울고법 가사2부(조경란 부장판사)는 폭언과 폭행 등에 시달리던 아내 A씨가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A씨와 B씨는 이혼하고, B씨는 A씨에게 재산분할로 13억563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B씨의 폭언과 폭행, 무시와 모욕, 지나친 구속, 독선적 태도 등과 A씨가 B씨에게 살충제를 먹인 사건 등을 종합해볼 때 두 사람의 혼인관계는 더 이상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됐다"면서 "이는 민법이 정한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1979년 A씨와 결혼한 B씨는 A씨에게 적은 생활비만을 주고 돈이 더 필요한 경우 그 때마다 자신에게 돈을 타 쓰도록 하는 등 일방적 경제권을 행사했고, 술을 먹고 오는 날이면 A씨와 아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A씨는 2005년 술을 마시고 들어온 B씨가 욕을 하면서 자신을 밀쳐 넘어뜨리자 순간 화가 나 물을 달라는 B씨에게 방역용 살충제를 가져다 줬고, B씨는 식도협착증으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이 사건 때문에 살인미수 혐의로 입건된 A씨는 B씨가 선처를 구한 덕분에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살충제 사건을 모두에게 비밀로 할 테니 잘 살아보자'던 B씨는 이후 처음 약속과 달리 A씨의 어머니에게 이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치료비를 요구하고, 동네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A씨가 농약을 먹여 나를 죽이려했다'고 말하는 등 A씨에게 인격적 모욕을 주고 이 사건을 언급하면서 폭행을 하기도 했다.

2008년 6월 이혼을 결심한 A씨는 변호사와 상담까지 했다가 자녀들의 설득에 따라 B씨와 '생활비 지급, 부부산행, 1달에 2회 외식' 등을 합의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으나 B씨는 두 사람 사이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등 관계를 개선하려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

B씨의 이 같은 태도에 다시 이혼을 결심한 A씨는 B씨를 상대로 이혼 및 위자료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두 사람 간의 잦은 다툼과 갈등은 B씨의 폭행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A씨가 순간적으로나마 B씨를 살해하려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혼인파탄에 대한 주된 책임이 B씨에게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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