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철 전경련 부회장은 이날 제주도에서 열린 하계 포럼 개회사에서 "천안함 침몰 등 국가 안보가 크게 위협 받고 있는 가운데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국가적 위기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러다보니 국민들도 이게 국가적 위기인지 아닌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감을 내비쳤다.
정 부회장은 특히 "박정희 시대 소득 100달러일 때 1000달러를 목표로 계획을 세우고 또다시 1만달러를 비전으로 내세웠듯이 앞으로 정부와 정치권은 50년을 내다보는 미래 비전과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이날 개회사는 조석래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하계 포럼에 불참한 가운데 정 부회장이 대독한 것이다. 전경련은 내부에서 초안을 작성해 조 회장의 재가를 받아 정 부회장이 읽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계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 정책을 표방해온 이명박 정부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적잖이 당황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 상당수가 '정부 책임론'에 공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A 기업 임원은 "정부는 기업들이 투자에 인색하다고 하지만 상당한 투자가 진행된 데다 오히려 정치권이 투자 계획에 발목을 잡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재계는 삼성전자가 23조원, LG전자가 20조원 등 주요 대기업이 신수종 사업에 무려 80조원 이상을 투자키로 한 점을 강조하면서 세종시 입주가 무산되는 등 정치권이 오히려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처럼 외부 환경에 의해 추가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복잡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책임을 기업에 돌리는 정치권의 행보에 응어리졌던 감정이 이번 포럼에서 외부로 표출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정치권과 마찰을 빚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또 다른 포럼 참석자는 "정부에 섭섭한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너무 톤을 높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특히 하계 포럼이 가족들이 참여하는 재계의 사교 모임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오버했다'는 지적인 것이다.
전경련의 한 간부는 "개회사 내용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못할 말을 한 것도 아니니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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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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