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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o2o재테크패러다임]"높은 수익보단 원금보장"..우체국예금·국채투자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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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10년' 일본서 배운다<3>

##부동산 버블붕괴 후 일본 부동산 투자시장 지형에 대변혁이 이뤄졌다. 버블기 최고의 투자처였던 신도시 아파트 등은 투매대상이 됐다. 신도시로 흩어졌던 사람들은 도심으로 되돌아왔다.

이결과 현재 일본 부동산 투자 시장엔 역세권 원룸맨션, 도심 내 고급맨션 등 2가지만 살아남았다. 도심회귀현상이 심화된다면 10년 이후인 2020년에는 '도심내 역세권'으로 압축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 중에서도 임대수요를 노린 도쿄 역세권 내 원룸맨션이나 역세권 내 상가 등 수익형 상품만이 살아남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쿄의 주택보급률이 높은데다 버블 붕괴 후 '부동산 불패 신화'가 깨지면서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 근거이다.
주식시장이 자본시장의 꽃이라면, 채권시장은 자본시장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채권은 주식과 더불어 국가와 기업의 자금조달과 운용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사회와 노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 일본인들은 채권을 신봉할 정도로 무한한 사랑을 쏟아붓고 있다. 그들은 우체국 예금과 더불어 채권을 통해 살아남는 방법을 배웠다. 젊은 시절에는 예금과 채권을 통해 원금을 보장하는 안전한 투자를 하고, 은퇴 후에는 일정한 수익이 보장되는 펀드로 노후자금을 굴린다. 한마디로 재테크로 모험할 필요성 자체를 못 느끼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조금은 다르지만, 한국도 곧 채권을 다시보게 될 것이다. 이렇다 할 투자처가 없고, 오갈 곳 없는 돈이 떠돌고 있는 한국에서 채권이 새로운 재테크 투자수단이 될 수도 있다.

- 일본국채 소유비중 내국인 94%로 압도적
- 우체국예금 금리 연 0.05%에도 인기높아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일본 도쿄의 한 은행에서 근무하는 아키모토씨, 그가 퇴근길에 자주 들르는 곳은 술집도, 쇼핑센터도 아닌 우체국이다. 일본에서는 퇴근길에 우체국에 들러 예금하는 직장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평범한 직장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재테크 수단인 것이다. 주식투자나 펀드 등 각종 화려한 재테크 정보를 공유하는 한국의 직장인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아키모토씨에게 회사 동료들 중 주식투자에 관심있는 사람은 몇이나 되냐고 물었더니 한참 고민하다 말한다. "저희 사무실에서 직접투자에 관심있는 분은 단 1명이에요. 그분도 일본에서는 좀 특이한 축에 속한다고 할 수 있지요."

저금리 시대의 '살아있는 교과서'라고 볼 수 있는 일본의 직장인들이 주로 찾는 우체국. 이들은 젊었을 때에는 조금은 광적일 정도로 우체국 예금과 자국의 국채투자를 신봉하며, 퇴직 후에는 알뜰하게 모은 돈을 안전한 펀드에 투자해 수익을 얻으며 살아간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일본국채의 소유 내역은 일본 국내인이 94%를 차지한다. 외국인 보유분은 6%뿐이다. 미국이나 독일 등의 경우 외국인 보유분이 50%인데 비해 국내보유분이 압도적이다. 즉, 일본은 국내에 여전히 국채를 구매해 줄 만한 여력이 충분히 남아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일본 국내투자자들이 유난히 국채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금리시대에 확실한 금리보장이 돼서? 수익률이 높아서? 모두 틀린 답변이다. 일본의 5년짜리 국채의 연 이자는 0.4%에 불과하고, 일본의 우체국 저축예금 금리는 연 0.05%에 불과하다. 만약 우체국예금에 100만엔을 1년간 맡겼다면 이자는 500엔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 출장기간에 신주쿠 근처 한 체인점에서 먹었던 라멘 한 그릇이 480엔이었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1000만원을 1년간 맡긴 예금이자가 점심식사 한 끼 가격과 맞먹는다고 보면 된다. 이것이 바로 슬픈 '실질금리 마이너스'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이 우체국 예금과 국채를 좋아하는 첫번째 이유는 바로 '버블붕괴 경험'과 '안정성 추구'다. 거의 20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주가가 하락했고, 투자 수단으로 자리잡았던 집값은 10분의 1로 떨어졌다. 또한 20년가까이 엔화는 강세를 보였고, 물가는 끊임없이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시대를 보였다. 이 때문에 1% 금리도 소중히 여기게 됐고, 높은 수익률 보다는 원금보장, 안정성에 목숨걸게 된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경제적인 상황 때문이다. 일본기업이 불황을 겪으며 설비투자를 보류하면서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지 않게 됐고, 은행들은 안정성이 높은 국채를 구입해 운용하게 됐다. 금융기관이 국채구입에 운용하는 자금은 결국 고객으로부터 유치한 예금 및 보험, 연금이니 곧 일본 국민이 국가의 빚을 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일본국민의 자산이 본인도 모르게 은행과 보험 회사 등을 통해 국채구매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요즘 일본의 젊은이들은 그들의 아버지가 겪었던 0% 금리에 만족하지 않고 어느 정도 이자를 원하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미쓰비시증권의 아시아 분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젊은 일본인들은 제로금리가 아닌 마이너스 금리도 겪을 것"이라며 "갈수록 저축률조차도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어 돈이 없고, 미래가 불안한 젊은이들이 높은 금리를 얻을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해외국채 투자다. 해외국채 투자는 중소형 증권사를 통해 많이 이뤄진다. 중소형 증권사 지점을 방문해 보면 호주 국채, 브라질 국채 전단지를 읽고 있는 투자자들을 만날 수 있다. 현재 5년 만기의 브라질 국채 금리는 9.7%~10% 내외며, 이러한 금리는 일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어떤 투자자는 항셍 차이나 지수에, 베트남에도 직접 주식을 투자하기도 한다.

하지만 해외국채에 투자하면서도 리스크 관리는 철저하다. 무코야마 일본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인들이 해외국채에 투자할 때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은 금리가 아닌 국가의 신용등급"이라며 "투자를 할 때 안정성을 가장 큰 덕목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쓰비시증권의 분석처럼 일본의 젊은이들이 지금과 같은 낮은 금리에 만족하지 않고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면 일본은 결국 해외로 가서 돈을 꿔야 한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가 이자를 지금과 같이 낮게 줄 수 없을 것. 향후 일본의 고민거리다.

얼마 전 일본 재무성이 결혼적령기의 20 ㆍ 30대 남성을 대상으로 제작한 국채 매입 광고에서 "일본 국채에 투자하는 남자는 여자들로부터 인기가 좋다"며 "여자들은 국채를 사는 남자들을 섹시하고 투자 센스가 뛰어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데서도 청년층의 국채 투자를 활성화해 나랏빚을 줄여보려는 고심이 묻어난다.

이런 일본의 투자 행태를 한국인 투자자들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배당을 받아도 그보다 높은 주식이 있을 것이고, 이웃 한국에 투자해도 최소 3~5%는 벌었을 것인데 말이다. 실제로 일본에 진출한 한국 증권사 직원, 지점장들도 입을 모아 "한국인이라면 일본의 예금성향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어마어마한 버블이 꺼지는 시기를 겪으며 일본인들은 저금리시대의 어려움을 몸소 느낀데다, 한국인들과 기본적인 성향도 매우 다르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에서도 채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자산배분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일본인들의 채권투자 방식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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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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