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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장 취임하는 친구 M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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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한 구청장 취임하는 친구 M군에게 오늘과 같은 마음 변치 않기를 ...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내 고교,대학 짝궁인 M군이 오늘 광주광역시 한 구청장으로 취임한다.

대학 때는 생활이 어려워 냉동공장에서 일하면서 1년 동안 공부를 쉬기도 했던 친구다. 좁은 자취방에서 기숙을 같이 했던 이 친구는 대학 졸업 후 지방 언론사 기자로 입사해 도청 등을 출입했던 적도 있다.
특히 이 친구는 내가 결혼할 때 결혼식 사회까지 본 절친한 친구다. 그 후 언론인의 길을 접고 모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도 취득하고 대학 강의도 나갔다.

지방자치 관련 시민운동가로 TV 토론 사회를 보는 등 지역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한 친구다. 그 후 친구는 3년 전 나에게 갑자기 전화를 했다. 그는 "청와대 행정관으로 발령받아 서울 올라왔다"고 했다.

얼마 후 마침 나도 청와대 출입기자가 돼 종종 만났다.
친구는 청와대 비서관으로 승진해 근무하다 18대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청와대를 떠났다. 그 때 내가 고교 친구 10여명을 불러 청와대 인근 음식점에서 함께 술 한잔 하며 친구의 앞날을 축하해주기도 했다.

이 후 친구는 18대 국회의원 후보자 티켓을 잡기 위해 도전했다가 건설교통부장관과 국세청장 등 지낸 거물 후보에게 밀려나는 아픔도 겪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구청장에 도전, 경선을 통해 민주당 후보가 됐고 결국 6.2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했다.

난 또 친구의 선거 때 고교 동기들 몇 명을 설득해 작은 후원금을 만들어 보냈다.

이런 내 친구가 결국 영광스런 구청장이 된 것이다.

당선 직후 난 친구에서 문자 메시지로 당선을 축하했고 M군도 전화해 "고맙다"는 말을 했다.

나는 친구에게 "말을 많이 하지 말아라. 또 부하 직원들에게 가능하면 경어를 써라. 그리고 절대 부하직원은 물론 주변에서 돈을 받지 말라"는 세 가지 주문을 했다.

내가 서울시 구청을 출입하면서 구청장과 공무원들과 만남을 가지면서 나름대로 느낀 점을 이 세 가지 주문으로 표현한 것이다.

친구도 "내가 살아온 방식이나 내가 그리는 정치가 어떤 것인데 그럴 수 있겠느냐. 걱정마라"고 했다.

M군이 살아온 인생을 볼 때 걱정할 것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내가 M군에게 이렇게 당부한 것은 나름대로 느낀 바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25개 구청장 중 부하 직원과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전직 구청장 2명이 지금도 영어의 몸이 돼 있다.

이는 물론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민선 4기 동안 전국에서 수 백명의 목민관들이 뇌물과 관련해 옷을 벗거나 구속된 경우를 보았다.

이 때문에 내 친구 M군 뿐 아니라 오늘 목민관의 영광을 안고 취임하는 전국의 모든 단체장들에게도 청렴에 대한 당부를 드리고 싶다.

'소나무는 가만히 있으려고 하는 데 바람이 가만 두지 않는다'는 고문의 글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단체장들을 둘러싼 공직자들과 주변 업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취임하는 단체장들은 잘 된 것은 물론 못 된 것까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

이 때문에 단체장 각자는 언행은 물론 모든 처신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다른 벼슬은 구해도 좋으나 목민관만은 구해서는 안 된다’라고 쓰고 있다.

백성의 삶을 돌보는 지도자는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청렴과 직분에 대한 소명의식을 갖고 봉사를 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취임하는 단체장들은 취임사를 통해 “주민을 하늘처럼 섬기고, 깨끗하고 투명한 행정을 펼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울시 감사관을 지낸 이성 구로구청장은 "부정과 불의와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공직자 여러분은 천직으로 여기고 '신의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음을 명심하시기 바란다"고 '청렴'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부디 내 친구 M구청장을 비롯, 오늘 취임하는 모든 단체장들이 이 마음 끝까지 변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친구야, 주민들로부터 정말 '멋진 구청장'이란 평가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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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일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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