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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DNA]22만평 매립지에 지은 뚝심의 철강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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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100년-미래경영 3.0 창업주 DNA서 찾는다
<14> 동국제강 장경호 회장ⓛ

'무모한 도전' 이라던 부산공장 국내 최초 고로·전기로 준공 쾌거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1960년대 들어 동국제강은 신규 투자를 통한 대규모 사업장 건설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당시에는 장경호 회장(이하 장경호)의 다섯 아들, 즉 장상준ㆍ장상태ㆍ장상철ㆍ장상건ㆍ장상동이 회사 경영에 참여한 시기였다.
1962년 1월 18일, 장경호는 이사회를 열어 대규모 철강단지 건설 계획을 결정했다. 부지 물색을 위해 고민을 거듭한 동국제강은 최종적으로 과거 '분개소금' 생산지로 유명했던 부산시 용호동 남구 용호 1동 188번지 일대로 결정했다. 1년여 간 미국에서 철강산업 및 산업단지를 시찰한 장경호 회장이 대규모 산업단지 대부분이 해안을 매립해 지어졌다는 공통점을 깨닫고 "바다가 있는 임해 있는 곳으로 찾아봐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었다.

1962년 12월 11일, 바다 매립 면허를 얻은 직후 본격적인 매립공사를 시작한 동국제강은 220일 후인 1965년 10월 1공구 2만4475평을 완공했다. 이곳에 서독제 자동압연기와 용광로, 전기로 등을 시설해 당시 국내 최대 철강 일관 작업공장이 건립됐으며, 최종적으로 22만평의 바다를 메워 땅을 만들고 공장을 지었다.

용호동 앞 바다를 메우는 대역사가 시작되자 재계에서는 무모한 도전이 아니냐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철강산업은 자금투자 규모가 막대해 국가정책사업으로 추진해도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데 민간자본으로 현대적인 대규모 공장을 짓는다는 것은 무리라는 이유에서다. 오죽하면 "동국제강이 곧 망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았을까. 장경호 회장과 사돈간인 강석진 동명목재 회장(강석진 회장의 큰딸 정자씨와 장경호 회장 둘째아들 상문씨와 결혼)도 "무리한 사업이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충고할 정도였다.
하지만 장경호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가끔씩 부산 공사 현장을 방문한 그는 아들들에게 "사람가는 길은 천번 물이 꺾이는 것과 같다고 했다. 꺾이지 말고 단숨에 가는 길이란 의미가 없다. 가다가 혹 꺾인다 하더라도 좌절하지 말라. 한쪽 길이 막히면 다른 한쪽으로 길이 열려 이는게 세상사 이치다."고 말했다. "원칙을 '진실'에 두기만 하면 된다. 동국제강을 성장시켜서 내가 사는 이 나라에 보답한다는 생각만 하라"는 가르침도 잊지 않았다. 장경호 회장의 머릿속에는 '된다'는 확신이 심어져 있었던 것이다.

모든 이들의 우려를 비웃듯이 용호동 공장 건설은 완공됐다. 1964년 8월 21일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부산제강소를 방문해 장경호 회장을 비롯한 회사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용호동 공장이 이뤄낸 업적은 크다. 1965년에는 국내기업 최초로 50t 고로를 준공해 우리나라에 고로 시대를 열었고, 아연도강판 공장을 지어 베트남에 수출하는 등 철강업의 국제화 시대를 열었다. 이듬해인 1966년에는 역시 국내 최초인 제1 전기로(15t)과 종합압연공장이 준공됐다. 이로써 동국제강은 고로 1기, 소주로 4기, 용주로 2기, 제선설비 및 전로 4기, 전기로 1기, 압연기 4식 등을 갖춰 제철ㆍ제강ㆍ압연 일관생산체제를 갖췄다. 당시에는 국내 최대 규모였다. 1971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후판공장을 준공했다.

공장이 완공된 후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이 추진되면서 철강제품의 수요가 급증해 웃돈을 얹어줘도 물건을 데줄 수가 없을 정도로 풀가동됐다. 장경호 회장의 뚝심이 아니었다면 이룰 수 없었던 쾌거다. 용호동 공장은 지난 1998년 생산설비의 포항 이전으로 폐쇄될 때까지 40여년간 유지됐다.

동국제강은 부산시대를 마감하면서 회사 성장에 발판이 된 고마움을 지역사회에 전하기 위해 대원복지재단(현 송원문화재단)을 설립해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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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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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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