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사상 최저 금리와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기에 적합한 조건이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의 중앙은행이 우려하는 것도 다름 아닌 인플레.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 때아닌 'D(디플레이션)의 공포'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확산돼 주목된다.


◆ 고개 드는 'D의 공포' 왜? =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양적완화를 실시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관심이 인플레이션에 집중된 것과 달리 금융업계 전문가는 이보다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아담 포센 영란은행(BOE) 정책위원은 영국이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10년'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고, 인터내셔널 머니터리 리서치의 팀 콩던 교수는 M3(총통화) 급감을 근거로 미국 역시 중장기적으로 경기 하강과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로존도 마찬가지. 파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칼 웨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포함해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초저금리와 전례없는 유동성 공급에도 디플레이션에 대한 경고가 확산되는 이유가 뭘까. 업계 전문가는 주요국 정부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성장이 뒷걸음질 치고, 이는 결국 물가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데만 집중할 뿐 정작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디플레이션 위험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물가 지표에서 이 같은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아일랜드의 물가가 하락했고, 이밖에 5개 유로존 국가의 인플레이션이 1%를 밑돌았다. 지난달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율 1.5% 올랐지만 핵심 CPI는 3월 0.8%에서 4월 0.7%로 하락, 물가 하락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스페인의 4월 핵심 CPI는 이미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 디플레가 공포스러운 이유 = 경제 전문가는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에서 초래되는 경제적 파장이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디플레이션이 가시화될 경우 소비자들은 지출을 늦추고, 나아가 생산과 투자가 꺾이고 내수 경기가 후퇴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특히 디플레이션은 눈덩이 빚을 떠안은 유럽의 재정불량국을 벼랑 끝으로 몰아갈 수 있다. 실질 화폐가치를 감안할 때 채무 원금보다 상환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포센은 "미국의 경우 디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1990년대 일본과 마찬가지로 ECB와 연준도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공급한 동시에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며 "이는 물가와 소비가 곤두박질칠 때 중앙은행이 꺼낼 수 있는 정책 카드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사실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조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뿌리를 내렸으나 재정위기가 발생하면서 물가 하락 압력을 높이고 있다. 스페인과 독일 등 유로존 주요국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정부 지출을 급격하게 줄였고, 이는 결국 고용 감소와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유로존 국가의 완만한 물가 하락은 충분히 통제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이로 인해 디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ECB가 독일을 포함해 상대적으로 우량한 국가와 재정불량국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통화 정책을 구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또 그리스를 포함한 불량국은 공동 통화에 발이 묶여 통화 평가절하를 단행하기 힘들 뿐 아니라 위기 극복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정책 카드도 임금 삭감을 포함한 제한적인 범위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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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ECB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 규모가 인플레이션 위험을 가져올 만큼 충분히 통화 공급량을 늘리지 못하는 한편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면서 시장 유동성이 줄어들 것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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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민 기자 hyu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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