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간 한국의 눈은 온통 중국 원자바오 총리의 입에 쏠려 있었다. 천안함 사태에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온 것일까. 중국의 태도에 변화가 있을까. 그가 2박3일의 일정을 마치고 어제 한국을 떠났다.


원 총리는 돌아갔지만 그의 어록은 남아 한반도를 떠돈다. "각국의 반응을 중시하겠다." "누구도 비호하지 않겠다." "중국은 책임있는 국가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중국의 어법은 여전했다. '중국 입장이 반보(半步) 진전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가 하면 한국과 일본의 설득이 무위로 끝났다는 외신의 분석도 나온다.

과연 반보를 내디딘 것인지, 방문국을 의식한 '립 서비스'였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허나 천안함 조사 결과에도 불구 '냉정과 자제'를 되풀이 하던 자세보다 유연해진 표현임에는 틀림없다.


중국이 '반 걸음'을 떼기까지는 꼬박 8일이 걸렸다. 합동조사단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밝힌 것은 지난 20일이다.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고 비동맹국가인 인도가 수긍하고 중립국 스웨덴이 규탄해도 중국은 '옳다' '그르다' 한 마디 말이 없었다. 그런 중국이 앞으로 진실을 향해 '일보(一步) 전진'할 것인지 예단키는 참으로 어렵다.

중국이 왜 그러나. 국제사회의 리더로서 책임있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G2(주요 2개국)의 위상을 과시하는 대국답지 않다. 천안함 사태 이후 한국에서 중국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높아진게 사실이다.


여기에는 감정적인 섭섭함도 한 몫을 했다. 미국을 제치고 최대 교역국이 된 중국, 한류에 열광하는 나라, 1시간이면 건너가 비즈니스를 하고 골프도 칠 수 있는 인접국. 시장엔 중국 상품이 넘치고 어디가도 마주치는게 중국교포다. 그렇게 가까워졌는데, 하는 일종의 배반감이다.


중국의 실체가 혼란스럽다면 지난 1월의 다보스 포럼을 떠올려 볼 만하다. 포럼에서 중국은 떠오르는 대국으로 각 국의 칙사 대접을 받았다. 중국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은 위안화였다. 모두가 위안화 절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의 리커창 부총리는 30분간의 연설과 질의응답에서 위안화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누가 뭐래도 내키지 않는 말은 하지 않는다는게 중국의 외교적 표현법인지 모른다.


한반도의 경우 중국과 한국, 북한, 미국간 관계가 복잡미묘하게 얽혀있다. 한국내의 섭섭한 정서를 말하자 중국의 전문가는 '2트랙의 딜레마'를 들었다. 한국과 미국이 동맹관계이듯 중국과 북한 역시 혈맹관계다, 북한이 고백하지 않는 한(부인하는 한) 중국이 먼저 북한을 지목하기쉽지 않다, 중국은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이며 그것이 북한의 가치이기도 하다, 한ㆍ중 간에도 '경제와 교류'와 '정치와 군사'라는 2트랙이 엄존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경제사학자인 퍼커슨 미 하버드대 교수 역시 " G2(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되거나, 각자의 길을 갈 경우 한국은 곤란한 입장에 처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천안함 사태 이후 한ㆍ미 관계는 한층 공고해졌다. "조사는 객관적이며 증거는 압도적"이라고 말하는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친다. 반면 '누구도 비호하지 않겠다'는 원자바오 총리의 말은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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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경제협력동반자인 한국과 특수관계의 동맹국인 북한- 어느 쪽도 잃고 싶지 않은게 중국의 속내다. 애매모호함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다. 예전의 중국이 아니다. 세계가 주목하고 결단을 요구한다. 중국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천안함 사태가 중국의 변화를 이끈다면 아픔을 딛고 얻는 의미있는 결실이 될 것이다.


박명훈 주필 pm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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