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범자 기자]빠른 스피드와 과감한 돌파, 역발상 세트피스.


한국이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인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첫 상대 그리스에 대한 해법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 빗장수비를 강점으로 내세운 그리스가 '가상의 한국'으로 상대한 북한과 평가전에서 기대를 밑도는 전력을 드러내면서 '허정무호'에 희망을 안겨줬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위 그리스는 26일 오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알타흐 카시포인트 아레나에서 열린 북한(FIFA 106위)과 평가전서 카추라니스와 하리스테아스가 연속골을 터뜨렸지만 정대세에게 2골을 헌납하며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리스는 FIFA 랭킹이나 국제대회 경험, 체격 조건에서 모두 북한에 한 수 위로 평가됐지만 오히려 전반 중반 이후 북한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며 예상 밖 결과를 만들어냈다.

지난 24일 한일전서 기분좋은 완승을 이끈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이 경기를 보기 위해 25일 오스트리아로 향하면서 "그리스가 우리와 체격이 비슷한 북한을 상대로 어떻게 경기를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이날 허 감독은 뚫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 그리스 철벽수비에 대한 해법을 충분히 찾았을 것으로 보인다.


빠른 스피드와 역발상 세트피스


그리스는 체격 면에서 북한을 크게 압도했다. 하지만 한번에 5~6명씩 내려와 포진하는 두꺼운 수비벽도 전광석화같은 스피드 앞에선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월등한 피지컬을 보유했지만 이는 중요한 순간 순발력이 떨어지는 위기를 자초했고 북한은 빠른 스피드와 과감한 돌파에 이은 패스로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비록 골로 연결되진 못했지만 전반 22분 홍영조-정대세-안영학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그림같은 패스와 과감한 슈팅은 그리스 수비의 허를 찌르는 좋은 본보기였다.


홍영조가 페널티지역 내 그리스 수비수의 볼처리 실수를 놓치지 않고 볼을 낚아 채 정대세에게 연결했고 정대세는 논스톱 백패스로 안영학에게 밀어줬다. 비록 안영학의 강한 오른발슛은 크로스바를 맞고 나갔지만 그리스의 빗장수비를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 지 보여줬다. 이 장면 이후 북한은 비교적 손쉽게 경기를 지배할 수 있었다.


또한 스피드가 떨어지는 그리스 수비진이 파울을 남발함에 따라 이를 통해 얻는 세트플레이도 충분히 노릴 만 하다. 특히 북한은 골대 앞에서 그리스의 높은 제공권과 정면승부를 하지 않고 볼을 짧게 밀어주거나 외곽으로 길게 킥을 올려 측면에서 승부하는, 이른바 역발상 세트피스를 펼쳐 톡톡히 효과를 봤다.


전반 24분 프리킥 상황에서 홍영조는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정대세에게 살짝 볼을 밀어줬고 정대세는 오른쪽으로 몇차례 드리블한 뒤 그대로 오른발 강슛,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시원한 동점골을 터뜨렸다. 정대세를 마크하는 수비수는 거의 없었다. 문전 혼전이 연출되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 수비진의 허를 찌른 것이다.


스피드가 느리고 순발력이 떨어지는 그리스 수비진의 뒷공간을 기습적으로 노리는 방법도 '허정무호'의 또다른 카드로 눈여겨볼 만하다.


■그리스의 세트피스도 위협적


수비에서는 기대에 못미쳤지만 세트피스로 인한 득점력 만큼은 예상 밖으로 위협적이었다. 이날 뽑은 2골이 모두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왔다. 전반 3분 카추라니스의 선제골과 후반 4분 하리스테아스의 감각적인 인사이드킥 슛은 모두 잘 짜여진 세트플레이의 결과였다.


하지만 월드컵 유럽예선 11경기에서 10골을 뽑으며 득점 1위에 오른 게카스는 이날 특별히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중앙에서 고립된 움직임을 보였다. 반면 오른쪽 날개로 선발 출전한 살핀기디스가 역습 찬스에서 빠르게 오른쪽 측면을 타고 올라가며 골문을 노리는 공격 루트가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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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는 이날 북한과 무승부를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경기를 펼치긴 했지만 결코 얕잡아볼 상대는 아니다. 한국이 이날 경기로 그리스전 해법의 힌트를 얻었듯이 그리스 역시 한국과 체격, 스피드가 비슷한 북한을 상대하면서 '한국 공략법'을 터득했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과연 이날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허정무 감독이 어떤 해법으로 다음달 12일 월드컵 본선 첫 상대 그리스를 맞을 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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