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솔 기자]"방글라데시에서 6조원짜리 수처리 사업계약을 했다."


지난해 8월 제너비오믹스(옛 한국오발)가 수(水)처리시스템 사업에 뛰어든다며 밝힌 내용이다. 방글라데시에서 2021년까지 이어지는 '국토종합개발계획' 중 상하수도 관련 사업을 맡게 됐다는 것. 소형 코스닥업체에서 수주했다고는 믿기지 않는 규모의 계약이었지만 방글라데시 현직 대통령의 조카가 대표를 맡고 있는 현지 회사를 통해 사업을 진행한다는 그럴싸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건설업체 근무 경력이 있는 임원까지 영입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가시적 성과는 없었다.

◆3년간 12개 신사업, 성과는 제로(0)=제너비오믹스가 손을 댄 '신사업'은 수처리사업 뿐이 아니다. 2007년 이후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만 총 12개. 그 중 절반이 중단됐고 나머지 절반도 연기되거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설립 후 25년간 주사업으로 가지고 있던 유량계측기사업을 물적분할로 떼어낸 이후 이 회사가 시작한 사업은 담배판매 폐기물처리, 아파트 시행 및 분양, 경유수입, 지문인식, 인쇄, 오일샌드, 농약 등이다. 테마가 됐던 분야는 한번씩 다 시작한 것. 하지만 지난해 상장폐지실질심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11개월 동안 낸 매출액은 고작 8600만원에 불과했다.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자 '개선책'을 모색하면서 카펫 사업을 새로 시작한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말뿐임이 드러났다. 이란에서 들여온 카펫을 직영 매장을 통해 판매하겠다는 얘기였지만 관련 인력도 채용도 직영 매장 오픈도 하지 않았다. 사무실 문도 굳게 잠겨 있었다.

◆3년간 600억 조달...남은 건 78만원=제너비오믹스는 신규사업을 핑계로 다른 법인에 대규모로 출자한 돈은 모두 손실처리하는 것을 반복했다. 신사업을 시작하겠다며 지난 3년간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돈만 600억원에 달했지만 회사에 남은 현금은 78만원(2009년 반기말)에 불과했다.


2007년 5월 이후 최대주주 변경만 7번, 신사업과 관련된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가 다시 내보내는 일도 잦았다. 자원개발 농약사업 등에 경력이 있는 대표 및 등기이사가 최대주주 변경-신사업 추진과 맞물려 입사했다가 퇴사하기를 반복했다. 오일샌드 사업을 위해서 미국인 임원을 영업했다가 5달만에 내보낸 적도 있었다.


내부통제기능도 취약했다. 사외이사 및 감사는 회사의 주요 결정과 관련해 '찬성'의견 일색였고 회사 자금 관리에도 현저한 문제점이 발견됐다. 임원 개인이 회사 자금을 별도 보관하고 회사는 필요할 때마다 그로부터 자금을 수령하는 식이었다.


◆준비없는 테마주 편승..퇴출 말로=증시에서 주목받는 테마에 몸을 싣고 위험한 비행을 해온 상당수의 기업이 '퇴출'의 칼날을 맞았다.


미국 나스닥 상장 제약사를 인수해 온다며 넉달간 주식시장에서 180억원을 조달했던 아리진(옛 옐로우엔터)은 인수에 실패하고 횡령ㆍ배임사건에 연루되면서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이루넷은 자본시장에 정통한 인사가 대표이사로 올라서면서 주사업보다는 '머니게임'에 몰두, 전기차 사업을 시작한다고 선언하는 등 영역확대에 나섰지만 결국 퇴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리진은 당초 엔터테인먼트 업체였고, 이루넷은 교육이 주사업분야다.


회계감사 강화와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도의 도입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되는 기업의 수가 크게 늘었다. 지난 한해 동안 총 65개 회사가 코스닥 시장에서 사라졌지만 올 들어 3월까지 벌써 57개 회사가 '퇴장명령'을 받은 것.


증시 전문가들은 상장폐지 지경까지 이른 회사의 경우 사전에 이상 징후를 보인 곳이 대부분이라며 투자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 증시 전문가는 "상장폐지까지 이르기 전에 충분히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최근 3~4년간 영업손실 및 당기순손실을 지속적으로 내온 회사, 타법인에 출자했다 손실을 크게 입은 회사, 주력사업을 중단하거나 매각한 이후 자원개발에너지 LED 등 테마 위주의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회사 등을 주의하라"고 조언했다.

AD


[아시아경제 증권방송] - 3개월 연속 100% 수익 초과 달성!


이솔 기자 pinetree19@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