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軍출신 우대는 옛말 '전역백수' 속출…취업포기 '총' 대신 '쟁반' 들고 인생 2막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사회는 25년 군생활의 경험과 노하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육군 소령으로 예편한 이모(49)씨는 취업을 포기하고 5000여만원을 투자해 경기도 안양시에 조그만 음식점을 차렸다. 월 200만원의 연금으로는 가족들의 생계를 유지하는 데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는 손님들이 몰리는 점심과 저녁시간대에는 직접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며 군대가 아닌 외식 시장에서 제2의 삶을 꾸리고 있다. 다행히 장사는 그럭저럭 돼, 월 500만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직업군인 출신들이 늘고 있다. 경기불황에 '군 출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16일 국가보훈처 제대군인지원센터에 따르면 5년 이상 근무하고 제대하는 군인들은 매년 6000명 정도로, 이 가운데 5% 정도가 창업을 희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센터를 통해 창업에 성공한 제대군인은 94명으로, 전년의 60명에 비해 57%나 늘었다.


이들이 취업보다는 창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강하다. 과거에는 군 출신이 통솔력 있고 조직 순응적이어서 기업에서 우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직장을 찾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일자리 부족 현상은 '청년 백수'만큼이나 심각한 '군인 백수'를 양산하고 있다.


육군 준위로 예편한 박모(55)씨도 제대 후 2년 간 취업문을 두드리다 결국 포기했다. 취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 경영관리사, 빌딩관리사 등 자격증만 4~5개를 땄지만 일자리를 찾는 데 실패했다. 그는 결국 1억원을 대출받아 강원도 원주시에 편의점을 열었다.


"30년 정도 군 복무를 한 후 제대했는데, 취업이 안되니 막막했습니다. 50대도 한창 일할 나이 아닙니까. 결국 창업 외엔 선택할 방법이 없었죠."


지난해 제대군인 창업자의 창업 업종을 분석해본 결과, 생활서비스업(22%), 외식(20%), 도소매 및 무역(20%) 등이 주를 이뤘다. 계급별로는 중사 출신이 가장 많았고 대위, 소령 순이었다. 장성급들의 창업은 1건도 없었다. 비교적 낮은 계급에서 예편한 경우 그만큼 취업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이들은 근속 연수가 짧은 편이라 연금혜택도 받기 어렵다. 제대 후 생계 유지가 막막할 수밖에 없다.


대위로 예편한 후 레스토랑을 창업한 김모(30)씨는 "사실 다들 창업보다는 취업을 원하죠. 하지만 군 경력을 전부 인정받지도 못하고 30~31세라는 연령대도 재취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창업으로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 분위기는 창업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적 기관은 제대군인지원센터 한 곳 뿐이다. 증가하는 창업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3박4일 창업 워크숍과 프랜차이즈 탐방 등을 마련했지만 연 2억원 수준의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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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보훈교육원 소자본 창업교육 지원 예산은 8억원 정도로, 40여명 밖에 혜택을 못 받았다"며 "인당 최소 5000만원 정도 지원을 해주는 등 제대 군인 창업에 대한 정책자금과 지원제도가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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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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