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전의 원인과 앞으로의 운영

[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마침내 약학대학 신설 대학이 결정됐다. 치열한 과정을 거쳐 15곳이 선정됐다. ‘나눠먹기’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어쨌든 15곳의 대학에는 2011학년도부터 약학대학이 신설된다. 그동안 대학들은 입학생 전원 장학금 지급을 약속하거나 건물부터 먼저 짓는 등 약대 유치에 큰 공을 들여왔다. 로스쿨 유치전을 방불케 하는 유치전이었다. 왜 대학들이 그렇게 약대 유치를 위해 노력했는지 살펴봤다.


◇ 재학생 충원률·연구실적·시너지 효과.. 삼박자 갖춘 약대
대학 입장에서 약대는 흥행이 보장된 영화와 다름없다. 대학 진학 희망자보다 대학 총 정원이 많아진지 오래지만 약대는 재학생 충원률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약대에 진학하는 신입생들의 수능 성적은 최상위권에 가까웠다. 자연계열의 경우 의대·치대·한의대 등과 더불어 가장 확실하고 안정적인 진로를 보장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약대 졸업생들은 매우 높은 취업률을 보여 왔다.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2009년 약대 졸업자의 취업률은 86%로 치의학과 졸업자(88%)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결국 약대 유치는 우수한 학생을 받고 학교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연구비와 연구 실적 부문에서도 약대는 대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2008년 서울대를 기준으로 연구실적을 살펴보면 전임교수 한 사람이 국제 학술지에 평균적으로 논문 2.3편을 게재했지만 약대 교수의 경우 1인당 논문 수는 6.16편이었다. 약대를 새로 만든 대학이 이런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비 등 외부 자금을 끌어들이면 대학의 연구 활동이 활발해지고 대외적인 위상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원천기술개발사업의 신약개발 부문에는 280억원이 투자됐다. 또 지난해에 정부 연구비 1조6000억원이 투입된 BK21 사업에도 서울대 약대 등 전국 13개 약대가 대거 참여하고 있었다.


기존에 의대가 있었던 대학의 경우 약대 신설로 의·약학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이번 유치전에서 가장 논란을 일으켰던 연세대와 고려대의 경우 이런 시너지 효과를 앞세운 바 있다.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약학대학을 만들어 생명과학·의학·약학이 연결되는 바이오 메디컬 학문 분야를 새로 탄생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김한중 연세대 총장도 지난 해에 “의료 서비스 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송도 캠퍼스에 약대 신설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약대는 확실한 진로 등으로 인해 학생들에게 매우 인기 있고 연구실적 등에서도 뛰어난 결과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의대나 생명과학 계열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는 단과대학인 것이다. 대학들이 치열한 유치전을 벌인 까닭은 바로 이런 점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연구약사 배출에 중점’.. 앞으론 PEET 통해 학부 재학생 선발
교과부는 이번 약대 신설을 통해 연구약사 배출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약국약사가 아니라 신약개발·제약산업 발전 등 신성장동력 분야의 핵심인력을 길러내겠다는 말이다.


생명과학 연구역량은 의학과 약학 두 분야가 양대 축인데 현재 전국에는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은 41곳(입학정원 3013명)이나 되지만 약대는 20곳(1210명)에 불과해 연구 기반이 약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교과부는 20~25명의 입학정원을 배정한 신설 약대의 정원을 추가로 늘려 2012학년도부터는 대학별 학부 정원이 최소 30명 이상 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보건복지가족부와 협의해 정원을 추가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설될 약대를 포함한 전국 35개 약학 대학들은 이제 고교 졸업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 약대는 ‘일반학부 2년+약학부 4년’의 6년제로 전환하면서 학부 2학년을 마친 학생들을 선발하게 된다. 2011학년도부터 약대에 들어가려면 2년의 일반 학부 과정을 마치고 약대입문자격시험(PEET)을 따로 치러야 한다.


약대가 20곳에서 35곳으로 늘어나게 되면서 최대 20대 1 이상에 달했던 기존의 약대 입학 경쟁률이 어떻게 달라질지도 관심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입학정원이 늘어나게 되므로 아무래도 경쟁률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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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문직으로 안정된 진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우수한 이공계 학부 졸업생들이 의학·치의학전문대학원으로 몰려드는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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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kuert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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