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현직 논설실장] 지구가 온난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의 눈과 귀가 덴마크 코펜하겐에 쏠려 있다. 2012년 종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 기후협약 마련을 위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1997년 교토의정서가 채택될 당시 단 1개국 정상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것에 비해 이번 회의에는 105개국 정상과 192개국 대표단이 함께 지구 미래를 논의한다. 이번 총회가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국제회의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로 지구온난화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2007년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500PPM일 때 지구 온도가 2도 올라가는데 현재 농도는 이미 385PPM를 넘고 있으며 202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가 3.5도 오른다면 생물종의 40~70%가 멸망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해수면이 넘쳐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며 아프리카에선 2억5000만 명이 물부족 사태를 겪게 된다.

실제로 세계에서 4번째로 작은 섬나라인 남태평양 폴리네시아의 투발로는 해수면 상승으로 수도인 푸나푸티는 침수됐고 지난 2001년 국토 포기를 선언했다. 26만㎢ 9개 섬에 1만여 명의 국민이 사는 투발로는 주변국들에게 이민을 호소하지만 호주와 피지는 거절하고 뉴질랜드만 40세 이하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지구상 최초의 '환경난민'이 된 것이다. 그러나 투발로엔 공장이 한곳도 없다. 그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1년에 0.46톤으로 미국 19.7톤, 호주 17.5톤, 한국 9.6톤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그들이 당하고 있다. 식수도 고갈되고 짙은 소금기로 농작물도 말라 죽고 있어 사람이 살 수 없는 섬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한반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폭염, 대형 태풍, 폭우 등 기상 재앙은 물론 식생대의 이동이 심상치 않다. 남해에서 잡히던 생선이 동해로 올라오고 아열대 지역에서 살던 어류들은 남해 연안까지 북상했다. 또 과일의 주산지들도 점차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으며 남부 해안의 동백나무를 중부 내륙에서 볼 날이 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식물과 곤충의 서식지 변화는 야생동물의 먹이사슬에도 변화를 일으켜 전반적인 생태계 혼란을 가져 온다.

그러나 지구 재앙을 막을 새로운 협약이 이번 총회에서 완벽하게 체결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온실가스 최대 방출국인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합의 도출 가능성은 커지고 있지만 국가 간의 시각차가 워낙 커 합의까진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주최국인 덴마크는 기후협약 초안에 2050년까지 가스 배출을 반감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지만 중국과 인도가 반대하고 개도국들은 현재 대기 중에 축척된 온실가스 70%이상이 지난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선진국에 책임이 있다며 부유한 나라들의 대폭 감축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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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빈곤국들이 기후 재앙에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부국들의 지원도 논쟁거리다. 아프리카개발은행은 선진국들이 매년 400억 달러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선진국들은 3년간 매년 100억 달러씩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회의가 거듭되면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갈등이 더 격화되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 새 협약을 도출하기 위한 논의의 틀이라도 마련되기를 바라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저탄소사회로 가는 길이 당장은 국가 간의 갈등과 희생을 동반하지만 결국엔 인류에게 보다 나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을 모두 공감해야 한다. 이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과학과 경제 성장의 문제를 떠나 지구촌 가족들의 공동생존에 관한 협력이기 때문이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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