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는 말없는 칭찬입니다. 힘차게 치는 몇 분간의 박수가 100m 왕복달리기에 못지않은 운동효과를 낸다는 연구논문도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박수에 너무나 인색한 편입니다.
대부분의 공식행사에서 진행자들은 수시로 관중석에 뜨거운 박수를 쳐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하는 현실이 그 반증입니다. 그러다보니 자기소개를 받고 인사를 하는 대신 자신을 향해 함께 박수를 치는 행위도 부끄럽지 않은 일상이 돼버렸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이 4강까지 오른 것도 실은 4000만 국민들의 박수 때문이었다고 해도 좋습니다. 그래서 많은 외국인들은 그때의 기억 탓에 지금도 코리아를 ‘대~한민국, 짝짝 짝짝짝’이란 엇박자 박수로 기억하고 있지요.
다음은 (주)홍원 최후자 사장 초청으로 전국 20여개 지사로 화상중계 된 조천재 교수의 90분간 칭찬경영 특강 중에서 공감하는 부분을 요약해 옮긴 것입니다. 조 선생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번역자이고 최 사장은 <홍삼은 세포도 춤추게 한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몇 개의 기업에서 회의시작 전 5분 동안을 칭찬타임으로 할애했을 경우 이전보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상사의 칭찬 한마디가 직원을 만족시키고 그 직원은 고객서비스에 신경을 더 쓰게 되니 덩달아서 매출이 증대되는 선순환으로 연결된 것입니다.
칭찬으로 춤을 추게 했던 주인공 고래도 귀여운 돌고래가 아니라 길이 15m에 무게가 3~5t에 이르는 포악한 범고래(Killer whale)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련사가 한 일은, 수중에 설치한 줄의 높이를 조금씩 높여가며 고래가 뛰어넘을 때까지 쓰다듬고 놀아주며 기다리고 칭찬한 결과라고 했습니다.
칭찬은 식물에게도, 짐승에게도 통하고 인간의 뇌파에도 긍정적인 알파파장을 일으킨다는 의학적 데이터도 예로 들었습니다. CEO가 매일 전 직원에게 e메일을 통해 특정한 직원의 선행을 칭찬하고, 모범사원 5명과 번갈아 수년째 점심을 같이하는 경우도 훌륭한 칭찬경영의 응용사례라고 지적했지요.
실제로 미국에서 활기찬 회사 베스트를 조사한 결과 상위권에 랭크된 회사들은 거의 직원을 고객보다 더 우대했다고 합니다. 가까운 제 식구를 우습게 여기는 사장이 먼 고객을 왕처럼 대할 리도 없겠죠.
검색엔진 세계1위 기업인 ‘구글(Google)’의 직원들이 어느 정도의 복리후생을 누리는지 볼까요? 이 회사는 별도로 출퇴근 시간과 근무복장이 정해져 있지도 않거니와 언제든지 회사 안에서 간식을 찾아먹을 수 있고(가족도 포함), 원한다면 근무 중에 마사지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조직원으로부터 창의적인 발상을 구하기 위해서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을 그런 식으로 시스템화 시켜놓은 셈입니다.
10년간 미국에서 자동차 판매왕을 했던 사람과 대우자동차 판매왕 출신의 임원이 가진 비결의 공통점은 ‘고객에게 호감을 받는 사람이 되는 것’과 ‘자동차 이야기보다는 먼저 고객에 대한 칭찬’을 일과로 삼은 결과라고 했습니다.
방문판매에서 초인종을 눌렀을 때 문을 열어주는 사람이 아줌마든 할머니든 간에 무조건 “집에 어머니 계시냐?”고 물어보면 일단은 호감을 살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는데 누가 싫다고 문전박대를 하겠습니까.
평발인 박지성이 핸디캡을 뛰어넘어 세계적인 축구스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도 외국인 감독의 칭찬 한 마디였다고 합니다.
어느 날 다리부상으로 연습에 참가하지 못하고 탈의실에 혼자 남아있던 그를 찾아간 히딩크 감독이 “너는 남보다 정신력이 뛰어나다. 그런 정신력이라면 반드시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다”고 했다지요. 그 칭찬을 잊지 않고 연습해 마침내 포르투갈 전에서 골을 넣어 보답하고, 감독의 품으로 달려 가 안겼던 명장면이 연출됐던 것입니다.
그런데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면 ‘칭찬을 자주합니까?’라는 질문에 80% 이상이 ‘그렇다’고 대답을 하는 반면 ‘칭찬을 자주 듣는 편입니까’란 질문에는 90%이상이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분명히 칭찬을 한 사람은 있는데 칭찬을 들은 사람은 없는 기이한 현상입니다. 그건 연인들 사이에도 마찬가지라고 하죠. 예컨대, ‘얼굴은 예쁜데 피부에도 신경 좀 써라’고 한다든지 ‘키만 좀 크면 단연 미스코리아감이다’고 말하면 예쁘다는 칭찬보다 오히려 피부를 욕보이고 작은 키를 타박한 셈이 되겠죠.
‘느리다’는 말은 신중하다 또는 여유가 있다는 표현으로, ‘까다롭다’는 말은 치밀하다 또는 빈틈없다는 뜻으로, ‘잔소리 심하다’는 말은 관심이 많다 또는 자상하다는 의미로, ‘고집이 세다’는 말은 주관이 뚜렷하다 또는 개성이 있다는 칭찬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칭찬도 타이밍이 맞아야 그 빛을 볼 수 있으며 다섯 단계로 세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1. 칭찬할 일은 미루지 말고 즉시 하라.
2. 빈말로 대충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칭찬하라.
3. 그 일의 중요성을 언급해주라.
4. 긍정적인 감정과 미소를 담아라.
5. 앞으로도 더 잘해 달라고 당부하라.
그는 경영자의 칭찬은 준비된 테크닉이 필요하고 칭찬도 2분 이상 길게 할 경우 그건 칭찬이 아니라 또 하나의 교육이 되니 꼭 경계할 일이라고 강의를 마무리했습니다.
날은 갈수록 쌀쌀해지는데 부쩍 날이 선 여·야당 대변인들의 표정과 성명을 보면 단 한 마디도 상대방에 대한 칭찬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대변인’이란 어감이 별 청결하지 못한 터에 비난만 일삼으니 감정의 골이 더 깊어갑니다. 잘 한 일이 없는 집단끼리 상호 칭찬을 한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임을 국민들이 어찌 모르겠습니까.
연말연시 드디어 송년회 시즌입니다. 때론 1년에 한번 내미는 탐탁지 않은 얼굴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번 모임에서 만나면 반드시 한마디 해줘야지’하는 결연한 각오로 참석하기 보단 서툰 송년사일망정 박수를 치며 눈감아주는 칭찬에서 더 끈적한 정이 묻어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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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가 김대우(pdi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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